정부가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총지출 규모를 올해 본예산보다 3.7%(14조3000억원) 늘어난 400조7000억원으로 확정하면서 예산 규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 정도 증가 폭이면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고 경제가 활성화되기에는 부족한 규모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지금이 확장재정이 필요한 시기인지, 예산 구성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가운데)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2017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감안하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3.7%보다 훨씬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본예산은 386조4000억원이었다. 여기에 추경을 더할 경우 395조3000억원이 된다. 추경예산안을 기준점으로 보면 내년 총지출 400조7000억원은 올해보다 1.4%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 총지출 증가율인 3.0%보다 낮고,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경상성장률(경제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수치) 4.1%보다도 낮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정 반대다. 송 차관은”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추경이 내년에 쓸 돈을 당겨 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추경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은 오히려 확장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당국의 논리대로 계산하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6.0%에 달한다.

정부는 또 기금을 제외하고 예산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 적자라는 것을 확장재정의 근거로 제시한다. 총수입과 총지출은 각각 예산과 기금(국민연금 등)으로 구성됐다. 전체적으로는 총수입이 총지출보다 13조8000억원 많지만, 예산만 놓고 보면 5조5000억원이 적자다. 적자 등을 충당하기 위해 올해 국채발행 잔액은 28조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본예산 기준 3.7% 증가한 예산을 확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성장률 예상치가 4.1%인데 본예산 증가율이 3.7%라면 확장 예산이 아니라 오히려 긴축 예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경상성장률 4.1%에서 물가상승분을 빼면 3% 정도 성장을 가정한 것인데 현재 경제 여건에서 재정을 3.7%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확장이라고 말할 만큼 충분한 규모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지금 정부가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푸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다. 확장재정 찬성론자인 성태윤 교수는 “경기의 장기 침체에서 빠져나오려면 소비와 수출 감소에 대응하는 대체수요가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적극적인 재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기가 다소 침체한 모습이지만 세계경제 침체의 탓이 큰 만큼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재정지출의 효과가 반짝하고 마는 경향이 있는 만큼 빚을 늘려가며 재정정책을 쓰기보다는 경기 상황을 더 지켜보고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신민영 부문장도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인데 굳이 재정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 증가로 국가부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의 구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예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소폭 증가 또는 감소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 공통적인 것이 눈에 띄었다. 김소영 교수는 “복지지출같은 이전지출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면서 “성장 관점에서 볼 때 장기적인 성장 여력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SOC 예산을 크게 줄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부문장도 “R&D나 SOC는 장기적인 성장잠재력과 관계가 깊다”면서 “전기차 인프라처럼 신성장동력을 뒷받침할 SOC 등에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도 “SOC 투자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데 이걸 줄인 것을 보면 경기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재정으로 이루고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