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이나 전쟁,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사건 후에 생기는 정신 질환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부른다. 경험했던 끔직한 사고와 관련된 불안한 생각이나 감정이 계속 떠오르면서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질환이다.

이처럼 PTSD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뇌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PTSD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윤수정·류인균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생존자 30명의 PTSD 회복 과정과 뇌의 변화를 5년간 추적 연구해 뇌의 편도체를 중심으로 한 연결성 변화 양상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진이 찾아낸 것은 뇌의 편도체와 뇌섬엽·안와전두피질·시상의 연결성과 PTSD 환자의 회복 정도와의 상관관계다. 편도체는 사람이 공포를 느끼는 데 관여하며 안와전두피질은 공포감을 억제하는 기능을, 뇌섬엽은 지각이나 인지기능을, 시상은 시각·청각·운동 감각 등에 관여하는 뇌의 중요한 부위다.

연구진은 뇌의 각 부위의 연결성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외에도 ‘확산텐서영상(DTI)’ 분석 방법을 활용했다. DTI는 신경 연결망을 확인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기공명영상 기법이다.

외상 사건 후 시간 경과에 따른 뇌 편도체와 뇌의 중요 부분 연결성 변화. 시간이 경과할수록 편도체와 안와전두피질의 연결성은 강해지고, 뇌섬엽과의 연결성은 약해지고 있다.


연구진이 5년 동안 대구지하철 참사 생존자 30명의 뇌영상을 정상인 29명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대구지하철 참사 생존자의 편도체와 뇌섬엽의 연결성이 외상 사건 발생 1.43년 후(측정시점 1)에는 정상인에 비해 강했지만 PTSD 증상이 회복된 외상 사건 약 3.9년 후(측정시점3)에는 연결성이 감소했다. 공포기억과 관련된 인지기능이 약해진 것이다.
편도체와 시상의 경우 측정시점 1에서는 정상인에 비해 연결성이 약했지만 측정시점 3에 가까워질수록 정상인 수준으로 연결성이 회복됐다. 또 편도체와 안와전두피질의 연결성은 측정시점 1에서는 정상인에 비해 약했지만 측정시점 2(외상사건 약 2.7년 후)에서는 연결성이 강화됐고 측정시점 3에서는 정상인 수준으로 연결성이 회복됐다. 공포에 대한 기억을 억제하는 기능이 회복된 것이다.

류인균 교수는 “PTSD 환자와 정상인의 고해상도 뇌영상 자료 분석을 통해 PTSD 증상이 회복될수록 뇌의 주요 부위 연결성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향후 PTSD 치료법 개발 과정에서 뇌 전기자극이나 약물을 통해 근본적으로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