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은행은 데스크 탑을 쓰고 있습니다. 은행 정보를 노트북에 담아서 밖에 나가 영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K뱅크는 다양한 형태로 고객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KT본사 대강당에 빼곡하게 모인 취재진 앞에서 안효조 K뱅크(인터넷전문은행) 준비법인 대표는 인터넷은행의 영업 전략에 대해 ‘일반은행과는 다르다’는 차별성을 강조했다.

안 대표의 말대로 주요 은행들은 영업지점에서 데스크 탑을 쓴다. 하지만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부산,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빠른 곳은 이미 2013년부터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이용한 ‘포터블 브랜치(portable branch)’를 상용화했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계좌(통장)개설부터 카드발급까지 대부분의 지점업무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고객들은 종이통장을 가진 고객들도 있습니다. K뱅크의 고객은 스마트폰을 소유한 고객입니다.”

물론 시중은행 고객들은 종이통장을 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뱅킹이 도입된 지 오래다. 통합 포인트를 제공하고 각 종 제휴를 통해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모바일 송금이나 삼성페이 등을 이용한 간편결제도 이젠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은행계좌를 밤 11시에 만들 수 있고 K뱅크 주주사인 GS편의점의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새벽에 돈을 인출해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구상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밤 11시에 계좌를 개설하길 원하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요즘 은행과 카드사들이 내놓는 카드들은 대부분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돼 있어 택시에 부착된 단말기에 간단한 터치만으로도 택시비 결제가 가능하다.

금융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만을 강조한다고 혁신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경쟁사가 제공하는 상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그보다 가치가 높은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해야만 한다. 하지만 K뱅크의 경영진은 앞으로 그들이 경쟁해야 할 주요 은행들의 서비스와 금융소비자들의 서비스이용 현황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펩시콜라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앤드럴 피어슨(Andrall E. Pearson)의 지적처럼 “획기적 혁신의 가장 든든한 배경은 그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다. 직원들이 반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혁신적 서비스가 가능하진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