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차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택시나 법인 수요 덕분에 전체 판매 대수는 여전히 쏘나타가 많지만 개인소비자들은 SM6와 말리부로 마음이 돌아선 상태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7월 자가용 등록 현황을 보면 르노삼성 SM6 5091대, 한국GM 말리부 4414대, 현대차 쏘나타 4047대(하이브리드 489대 포함), 기아차 K5 2037대(하이브리드 248대) 순이다.

택시 등 영업용과 법인 판매를 모두 포함한 7월 전체 등록 대수는 쏘나타 7111대, SM6 5529대, 말리부 4624대, K5 3496대로 조사됐다. 쏘나타 판매량의 43%가 자가용이 아닌 택시 등 법인 판매 차량인 셈이다. K5 역시 42%가 택시 또는 법인 등록차다.

르노삼성차의 중형세단 SM6(위)와 GM의 말리부.

쏘나타가 중형차시장에서 주춤하기 시작된 시점은 3월부터다. 3월 SM6, 4월 말리부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1강 독주 체제가 막을 내렸다. 이후 SM6와 말리부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6월부터 쏘나타의 독보적인 아성이 흔들린 셈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 전체 계약 중 최고급 사양인 RE 트림이 가장 큰 비중인 44.4%를 차지하고, 차순위 고급 트림인 LE까지 포함하면 90% 가량이다”며 “이들 수요 대부분이 개인고객들”이라고 말했다.

K5는 이미 중형세단 경쟁대열에서 멀어진 상태다. 2월까지만 해도 중형세단 2위를 지켰으나 6월부터는 쏘나타·SM6·말리부 중형세단 경쟁이 3파전으로 굳어진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2세대 신모델을 출시한 지 불과 1년 만의 판매가 급감했다는 점에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개인소비자 판매량이 중요한 이유는 법인 판매보다 마진이 높기 때문이다. 법인차 시장은 전체 중형 세단 시장의 20%에 육박하지만 판매가격대가 낮은 만큼 마진도 낮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SM6와 말리부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SM6와 말리부는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가 이달 초 SM6 dCi 가솔린 모델을 출시했고 한국GM도 1.5와 2.0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운용하던 말리부에 지난달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풀체인지가 필요한데, 쏘나타와 K5는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출시돼 당분간 풀체인지를 할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부분 변경 모델과 할인 프로모션 이외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