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도 힘들었는데, 하반기 특히 4분기가 되면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요즘 수입차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이중고(二重苦)로 너무 힘들다”며 아우성입니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여파로 신차(新車) 인증 기간이 길어져서 출시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환경부가 모든 수입차의 인증 서류를 재검토해달라고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 의뢰했습니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차 인증 기간이 평균 3~5개월씩 걸린다고 합니다. 디젤 게이트 발생 이전에는 길어야 한 달이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에서야 ‘더 뉴 E클래스’ 디젤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당초에는 지난 6월 가솔린 모델과 함께 출시할 예정이었는데,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연기된 것입니다. FCA(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프 제포키 디젤 차종은 지난해 10월 인증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절차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입차 업체들이 “인증이 늦다”고 항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정부가 기존 인증 서류까지 재검토하고 있기 때문이죠. 수입차 업체들은 겉으로는 “정부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태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서류의 날짜 정도는 고치는 관행 등이 있었는데 이런 것이 이번에 걸리면 ‘○○○회사도 조작을 했다’며 ‘제2의 폴크스바겐’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월 말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시승 행사 등을 통한 신차 마케팅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시승자 중에 공직자나 교사 등이 섞여 있으면 김영란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오는 29일 회원사들을 초청해 법률 세미나까지 가집니다. 한 수입차 임원은 “영업력에서 국내차를 따라갈 수 없는 수입차로선 미디어 행사뿐 아니라 VIP 고객 초청 골프나 문화 행사가 중요한 마케팅인데, 고객의 직업을 일일이 파악해가며 행사를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호시절은 지나가고, 빙하기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