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도 감사 받도록…분식회계에 최고 20억원 과징금
분식회계 내부고발자 포상 확대 방안도 마련

대우조선해양은 2013~2014년 당기순이익을 각각 2517억원, 720억원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는 6736억원, 8302억원 당기순손실, 적자 상태였다. 대규모 분식(粉飾)회계였다. 피해는 국가 경제 전체로 파급됐다. 분식회계로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됐고, 기업 부실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기업 분식회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분식회계는 단순히 기업의 일탈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법 개정 작업에 돌입해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 애플, 루이뷔통 등 유한회사도 외감법 적용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분식회계를 방지하고 기업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유한회사(유한책임회사 제외)와 대형 비상장법인도 주식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회계 감사를 받도록 하고, 분식회계가 적발된 기업에 분식금액의 10%(최고 20억원)를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야당이 주도적으로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박용진 의원은 외감법 적용 대상에 유한회사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의 법 개정안에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 최고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비슷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 회사들이 기업 형태를 유한회사로 전환하기도 했다. 구글, 페이스북, 루이뷔통, 샤넬 등 국내에 진출한 기타 대규모 외국계 회사는 대부분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도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게된다.

LG CNS, GS칼텍스 등 기업공개하지 않은 대형법인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이들 기업은 현재도 외감법 적용 대상이지만, 감사인의 범위나 선임기간, 선임절차 등에서 일반 상장 주식회사보다 느슨한 회계규율을 적용 받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분식회계 기업이 부담하는 과징금 부담도 커진다. 현행 법에서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법인(상장사와 주주가 500명 이상인 비상장사)이 분식회계한 경우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외감법을 개정하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감사대상 법인도 분식회계가 적발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 분식회계 내부고발자에 ‘분식회계 연금(年金)’ 지급

여당도 기업의 회계부정은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경우 해당 연도에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고, 납부한 법인세를 환급 받지 못하도록 하는 상법과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금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났어도 법인세 환급을 받지 못하게 하거나 임원에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할 방도가 없다.

정 의원은 수익, 자산을 과다 계상하거나 손비, 부채를 과소 계상해 해당 법인이나 감사, 회계사가 주의, 경고 조치를 받으면 당해 연도 소득에 대해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更正)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과 다르게 회계처리한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환급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또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이 임원, 감사에게 재무제표를 근거로 지급한 성과급은 환수하도록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법 개정안 발의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유의동, 이정현, 김종석 의원, 더민주 전혜숙, 정성호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등이 참여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 분식회계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대폭 높이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최고 1억원 한도에서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연간급여액의 20년치를 포상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분식회계 연금’이다. 김 의원은 이런 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달 발의할 계획이다.

다만 신고포상금 확대 범위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분식회계 신고포상금을 5억원으로 높이는 시행령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 법 개정 순조로울 듯, 기업들은 부담 호소

정부와 여야 간 기업 회계부정에 대해서는 법을 엄격히 적용해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관련 법 개정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9월 제출하겠다고 한 외감법 개정안과 야당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법인세법, 상법 개정안은 여야 의원이 함께 발의했다.

다만 정부와 국회의 법 개정 방향이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데 집중된 만큼 기업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준비하고 있는 외감법 개정안 중 유한회사도 외감법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해당 기업들은 “지분을 사원만 가지게 돼 있기 때문에 지분을 주주가 광범위하게 나눠가지는 주식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감사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금융사와 과세당국이 유한회사 재무제표를 근거로 대출을 지급하고 과세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이유가 있다”며 유한회사도 외감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