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003530)이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체 주식물량보다 더 많은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자사주 매입으로 큰 손실을 본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망가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극약처방을 내놨지만 당분간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내달 2000억원(약 8909만주)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한다. 주당 가격은 2245원. 액면가(5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전날 한화증권 종가(2555원)보다 12% 가랑 낮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한화증권이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유증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액면가 이하로 증자에 나서면 이는 주식할인발행차금의 과목으로 자본에서 차감된다.

한화투자증권 자본금은 4400억원. 유증 전 총 발행주식(8815만주)에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그런데 이번에 2245원으로 8909만주를 발행하면 액면가에 못 미치는 주당 2755원, 총 2454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상각(償却)처리 해야 한다. 6월말 현재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110억원. 당분간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한화투자증권 여승주 사장이 지난 17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반기 실적발표 및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화증권 제공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등기상 자본금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정해진 금액"이라며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유증을 하면 그 나머지 금액만큼을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하도록 돼있어 결과적으로 순자산 가치가 더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화증권이 위험한 유증에 나서는 것은 재무구조 악화로 금융당국의 건전성 기준을 밑돌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의 6월말 기준 신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256.9%로 8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증권사보다 낮다. 이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기 시정조치 대상이다.

한화증권은 올 상반기 순손실 1397억원, 영업손실 1913억원을 냈다. 과거 주진형 전 대표 시절 크게 늘렸던 자체 헤지형 ELS에서 상반기에만 1011억원의 손실이 났다.

문제는 이러한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피해가 직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진형 전 사장은 2013년 9월 한화증권 대표로 취임하면서 책임경영을 위해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꾸준히 매입하도록 하는 ‘자사주의무보유제'를 실시했다.

이 제도는 최근 3년의 총 보상 평균치(수당 포함)에 비율(대표이사 225%, 본부장 150%, 상무보 75%, 부서장 25%)에 따라 보유하는 제도다. 퇴임할 때만 환매할 수 있다. 당시 매입한 자사주 가격은 임원은 주당 6000~7140원, 팀장은 3000~5000원이다. 직원 대부분은 금융권 대출을 통해 본인의 연봉보다 높은 금액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아직까지 대출이자를 내고 있다. 게다가 주가는 당시 매입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유증은 자사주 매입 직원 입장에선 더욱 부담이다. 자사주를 보유한 직원은 유상증자때 주주배정을 통해 일정 비율을 할당받는다. 아울러 한화증권은 유증의 총 물량 중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했다. 내달 19일 우리사주조합 청약에 나선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은 매입단가를 낮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우리사주를 통해 물타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 한화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 때문에 이번 유증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며 “물타기하지 않으면 손실이 더 커질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멘붕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유증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오는 10월 7일 상장된다. 전체 유통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이 상장되면 대규모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직원들이 증자 참여 후 주가가 오르면 물타기 효과가 날 수 있지만 이후 주가가 더 하락하면 추가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유상증자 참여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화증권 측은 “유상증가 가격이 낮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이번 우리사주 매입을 기회로 삼아 초과 청약을 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