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9월 9일 문을 여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8월 초부터 3주에 걸쳐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총 11개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8월 들어 눈에 띄게 게시물 숫자가 늘었다.

푸드코트 입점 레스토랑의 셰프들과 주요 메뉴를 소개하는가 하면, “유통업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놀이동산”이라며 입점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낙장불입의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덧글창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게시물 분량도 확연히 길어졌다. 8월 이전에 올렸던 게시물들은 200~300자 내외의 가벼운 글이 많았는데, 최근엔 1000자 이상의 긴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 그룹의 운영 전략과 신규 아이템이 집약된 테스트베드”라며 “경영 능력 입증 차원에서도 정 부회장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스타필드 하남 조감도.

◆ 3주동안 게시물 11개 입점 시설 자세히 소개

정 부회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별맛 중의 별맛, 스타셰프 다이닝’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준 셰프의 생면 파스타 전문점 ‘도우룸’, 프렌치 요리로 주목받는 이형준 셰프의 ‘꼴라주 레트로’, 특제 양념으로 미국식 바베큐의 진한 풍미를 전하는 이종서 셰프의 ‘올댓미트’가 스타필드 하남에 최초로 입점한다는 소개글이다. 데이비드현 셰프의 슈퍼푸드 레스토랑 ‘더서퍼클럽’까지 묶어 네 곳을 ‘스타셰프 다이닝(dining·정찬)’이라고 표현했다.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한 레스토랑 올댓미트를 운영하는 이종서 셰프가 요리를 만들고 있다.

별맛 중의 별맛이란 제목도 스타필드 하남의 ‘스타(star·별)’에서 따왔다. 정 부회장은 “스타셰프 4인의 특별한 요리가 모두 스타필드 하남 3층 ‘잇토피아(푸드코트)’에 들어온다”며 “탁 트인 창으로 강과 산이 내려다보이는 잇토피아는 스타필드에서 가장 뷰가 좋은 곳”이라고 했다.

19일 극장 사진과 함께 올린 ‘메가박스 스타필드 하남’ 소개글엔 20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공유 횟수는 235회.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Dolby Atmos)을 적용한 MX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것이 큰 호응을 얻었다. 테슬라 전기차 국내 1호 오너였을 정도로 테크 마니아인 정 부회장은 “초고화질 영상과 생생한 입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 특화관이라고 하니 저도 여기서 액션 영화 한편 쯤은 꼭 감상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는 VR피트니스와 실내 바이크 레이싱이 특히 궁금하다”며 스포츠 시설 ‘스포츠 몬스터’를 소개한 게시물엔 1152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가장 최근인 21일과 22일엔 배우 정우성, 김지원이 출연한 스타필드 하남의 영상 광고를 링크했다.

스타필드 하남에 입점한 메가박스 영화관 내부.

정 부회장은 특히 ‘마리’s 베이비서클(유아용품 전문점)’, ‘매튜 & 조엘's 토이 킹덤(장난감 전문점)’ 등 스타필드 하남에 최초로 문을 여는 전문점에 대해선 출범 배경, 운영 방향 등을 1200~1400자로 길게 설명했다.

◆ "낙장불입 각오" 신규 아이템 테스트 베드

게시물 성격도 달라졌다. 올들어 7월까지 올린 게시물은 주로 이마트 PB상품을 소개하는 가벼운 글이 많았다. 그러나 8월부턴 사업전략, 각오 등을 밝히는 진지한 글이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일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이란 글에서 “한동안 먹는 이야기만 많이 올린거 같다. 그동안 먹거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썼으니까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드리려고 한다. 제가 요즘 갖고 있는 고민과 바람에 대한 내용”이라고 운을 뗐다.

스타필드 하남에 들어서는 워터파크 ‘아쿠아필드’ 조감도.

그는 “전통적인 매장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공간, 특별한 재미와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 소비자들이 일부러 찾아와 경험하고 싶어할 공간을 선보이는 게 저희의 목표”라며 “곧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낙장불입의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8일 올린 게시물에서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 시대의 쇼핑은 새로운 것을 눈과 입과 귀로 즐기고,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얻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형태”라며 기존 유통업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스타필드 하남엔 신세계 백화점과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서고, 극장·서점 외에도 스포츠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입점한다.

스타필드 하남에 들어서는 스포츠 시설 ‘스포츠몬스터’ 조감도.

유아용품, 장난감 등 신세계가 새롭게 출범시킨 전문점의 첫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 그룹의 유통 역량과 신규 아이템이 적용된 곳인 만큼 정 부회장이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주도로 개발하는 첫 복합쇼핑몰이란 점에서 그룹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 경영 능력 입증·대규모 투자 부담 관측도

스타필드 하남의 성공 여부가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 부회장이 특별하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세계 그룹의 성장은 이명희 회장의 진두지휘로 급성장한 이마트의 덕분이었는데, 최근 이커머스 업체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 업계가 정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조453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70억원으로 28.5%나 급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그룹은 최근 복합쇼핑몰, 면세점 등을 통해 신규 성장 동력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등 3세 경영인의 경영 능력 입증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마트 매출·영업이익률 추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스타필드 하남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스타필드 하남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는 법인(하남유니온스퀘어)은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5월 산업은행, SC제일은행과 5200억 규모의 대출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말 기준 하남유니온스퀘어의 장기차입금은 611억원 수준이지만, 향후 차입금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