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두 은행은 전산과 인력, 사전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서비스에 들어간다.

영업 개시 시점이 다가오면서 두 은행의 사업 모델도 베일을 벗고 있다. 양사 모두 온라인 중심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나, 모바일 메신저 중심의 금융 플랫폼(카카오뱅크)과 온·오프라인을 통한 24시간 은행(K뱅크) 등 은행 산업에 대한 접근 방식에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그 동안 기존 금융사에서 제공하지 못한 혁신적이고 신기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2일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에 취급하지 않은 신개념 서비스를 많이 선보여야 금융권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기존 서비스를 답습한다면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접점 찾는 K뱅크, 카톡 플랫폼 활용한 카카오뱅크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K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사업 모델은 같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한다면, K뱅크는 오프라인을 통한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시장 점유율(지난 3월 기준) 95%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주 플랫폼으로 정했다.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쉽게 송금할 수 있는 간편송금서비스를 도입한다. 카카오톡 친구끼리는 계좌번호 입력 없이 돈을 보낼 수 있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또 카카오톡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과 금융 상품 가입·해지, 자산 관리까지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간편송금 절차를 친구와 ‘톡’ 보내는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과 같은 고객 접점이 부족한 K뱅크는 오프라인에서 해답을 찾았다. 기본 플랫폼은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이지만, 주주사인 GS리테일(GS25편의점), KT(공중전화), 우리은행(자동화기기) 등의 오프라인 채널도 동원한다.

전국 1만여곳의 GS25편의점과 7000여개의 우리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까지 활용하면 오프라인에서도 기존 시중은행에 못지않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 K뱅크 이용자는 은행이 문을 닫는 퇴근 후나 주말에도 편의점을 방문해 본인 인증, 계좌 개설, 대출,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ATM이 없이도 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GS25편의점 계산대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캐시아웃’ 서비스도 도입한다. 또 전국 1500여개 KT 대리점도 은행 지점의 역할을 소화할 수도 있다. 고객 접점 장소가 최대 1만여곳이 될 수 있는 것이다.

K뱅크 관계자는 “모든 은행 거래를 비대면화해 계좌 개설도 10분 안팎으로 끝낼 수 있게 할 방침”이라며 “모바일과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은행 서비스 100%를 비대면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양사는 로봇을 이용한 서비스도 도입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으로 ‘금융봇(금융과 로봇의 합성어)’과 채팅하며 자산 관리 조언을 받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봇은 고객 재무 상황를 점검·관리하고, 그에 맞는 금융 상품을 추천한다.

K뱅크는 ‘오토 프라이빗뱅커(PB)’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인다. 오토 PB는 24시간 고객의 자산과 부채 등을 자동 점검하고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준다.

◆ K뱅크 주담대·동산대출… 카카오뱅크 중금리·소상공인 대출에 집중

두 은행 모두 주주사의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정보와 카드 결제 정보, 금융사 거래 내역 등 주주사 고객 정보를 종합해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면, 보다 정교한 신용등급 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맞는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두 은행의 목표다.

(좌측부터)K뱅크의 신용평가 모델인 CSS(Sredit Scoring System)와 카카오뱅크 신용평가 모델인 카카오 스코어링

대출 상품 개발에 적극적인 곳은 K뱅크다. K뱅크는 영업 초기에는 중금리 신용대출과 간편 심사 소액대출 위주의 대출 영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사업 2단계부터는 주택담보대출(원터치 모기지론)까지 취급한다. K뱅크는 무점포 운영으로 비용을 절감하면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뱅크는 비콘 기술을 활용한 동산담보대출도 도입한다. 비콘은 반경 50~70m 범위 안에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찾아 메시지 전송하고, 모바일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폰 근거리통신 기술이다. K뱅크는 자동차나 스마트 기기, 가전제품과 같은 물품에 비콘 기술을 적용해 담보를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도 사업 초기 중금리 대출과 소액 신용대출, 소상공인 대출에 집중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상품 중에는 셀러론(Seller loan)이 눈에 띈다. G마켓과 옥션을 통해 물건을 파는 소상공인에게 특화한 대출 상품이다. G마켓과 옥션의 판매 DB를 토대로 소상공인에게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상환 방식도 대출자의 매출 형태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한다.

카카오뱅크는 금리가 연 최저 5%대인 소액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선보일 계획이다. 대출 한도는 신용등급에 따라 30만~200만원 수준이다.

조선DB

카카오뱅크는 PG사(온라인결제대행사)와 밴사(VAN·카드결제단말기회사)를 거치지 않는 ‘카카오카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현행 신용카드의 경우 결제 1건 당 가맹점이 많게는 결제 금액의 총 4%를 PG사와 밴사에 수수료로 지급한다. 카카오뱅크는 PG사의 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고객에게 포인트를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 현금 이자 8500원, 포인트로 받으면 1만원… ‘디지털 이자 시대 온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하면 본격적인 ‘디지털 이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이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디지털 이자를 선택하면 현금 이자보다 10~20% 더 얹어준다.

K뱅크는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고객을 겨냥해 KT의 음성 통화나 LTE 데이터 무료 이용권 등 통신 서비스를 이자로 지급하기로 했다. KT가 서비스하는 인터넷TV(IPTV)인 올레TV의 드라마·영화 등 주문형 비디오(VOD)와 KT뮤직 ‘지니’의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쿠폰도 지급한다.

카카오는 고객이 직접 자신의 이자 지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이달의 행복 이자’ 서비스를 시행한다. 현금 이자 대신 주주사 서비스의 포인트를 선택하면 이자를 최고 20%까지 더 준다.

예컨대 현금 이자 8500원은 음원 서비스인 멜론 1년 쿠폰(1만원), 카카오톡 이모티콘(현금 7000원+이모티콘 3000원), 넷마블 게임 아이템(1만원), G마켓·옥션 무료배송 쿠폰(1만원) 등으로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이 너무 낮아 사실상 현금 이자 의미가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이자는 항상 현금으로 받던 고정관념을 깰 것”이라며 “내맘대로 이자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