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을 붕괴시키는 대형 유통 시설의 확대를 막아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 지역 발전의 거점이 되는 대규모 유통 시설이 규제 때문에 들어서지 못해서는 안 된다."(유통업체)

유통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 아웃렛이 물류 단지와 함께 확장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물류시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물류 단지에 들어서 지역 전통 상권과 자영업자를 초토화시키는 아웃렛의 신규 출점을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 법안 내용은 대형 마트도 같이 규제하고 있지만, 교통 문제를 감안하면 물류 단지에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점포는 아웃렛이다. 따라서 이 법안은 한 해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교외(郊外)형 아웃렛을 정조준한 것이다.

반면 물류 단지에 아웃렛을 지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던 유통 업계는 이 법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류 단지 내 유통 매장이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 무대로 변모하는 유통산업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고 판단해 신규 출점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류시설 이용하는 교외형 아웃렛 정조준

유통 업계의 대규모 점포 신규 출점을 규제하기 위한 시도는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물류시설법 개정을 통한 접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일반 물류 단지 시설에서 대규모 점포를 제외한다'(제2조 7항)는 부분이다.

박용진 의원 측은 "경기도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처럼 일반 물류 단지에 대규모 점포의 입점이 증가하면서 지역 상권의 피해가 증가하고 화물 운송·보관·하역 등 기본적인 물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규모 점포를 입점시키기 위해 물류 단지를 조성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며 "물류 단지 안에 대규모 점포가 들어서지 못하게 해 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유통 업계에서는 사업 기회의 확대를 막는 법안이라고 반발하지만, 지역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대형 아웃렛 입점으로 경제활동과 삶의 터전이 초토화되는 생존권의 문제"라며 "상생을 도외시하고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 "지역 경제 활성화하는 핵심 거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는 "물류 단지와 대형 판매점을 결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교외형 복합 시설은 유통산업의 신(新)트렌드"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입지 선정에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류 단지에 아웃렛을 내는 것은 부지 확보와 고객 확보 차원에서 장점이 크다. 우선 현재는 대형 유통 매장용 부지 확보가 어렵다. 그러나 최근 기존 물류 단지는 재고 관리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이 늘었다. 이 공간을 유통 매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물류 단지는 고속도로 인근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반경 수십㎞가 넘는 곳에 거주하는 고객도 유치할 수 있다.

업계는 대형 아웃렛이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확실히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역 상권에 피해가 전혀 없을 순 없지만, 2013년 이천점을 개장하며 지역 사업자에게 우선 입점권을 부여했고 전체 채용 인원의 40%인 800여 명을 현지 주민으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매장 수익 대부분이 본사로 빠져나가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장 후 아웃렛을 제외한 이천 지역의 신용카드(롯데카드) 사용 금액이 개장 전보다 7% 정도 늘어난 것으로 미뤄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여주·파주·부산 등 3곳에서 교외형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2007년 여주점 개장 이후 직원 1600명을 새로 고용했는데, 90%가 여주시민"이라며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 4000여만명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 측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이 들어선 뒤 미분양 상태이던 주변 물류 단지가 활성화되고, 경인 아라뱃길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산업 경쟁력 발목 잡는 규제는 안 돼"

일부 지자체도 대형 아웃렛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연간 수백만 명이 넘는 신규 관광객이 유입되는 대형 아웃렛의 집객(集客) 효과를 활용해 지역 개발과 관광 활성화 등 연관 사업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주시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신세계 아웃렛 매장을 찾는 외지 사람들이 연간 600만명에서 1000만명가량 된다"며 "유입 수요를 겨냥해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제의도 있다"고 말했다. 여주시는 아웃렛 방문객들이 영릉(英陵·세종대왕릉)이나 신륵사 등 주변 관광지나 도자기 축제 등을 둘러보고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해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도록 다양한 문화 관광 상품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개정안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물류 단지 내 아웃렛의 사회적 편익과 비용,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대형 아웃렛이 지역 상점을 어렵게 하는 것도 사실이고, 한 번 만들어진 규제가 두고두고 시장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것도 사실"이라며 "밀어붙이기식 규제보다는 공론의 장을 통한 토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