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살 청년 양태영은 2007년 부동산 경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HSBC은행에서 계약직으로 부동산 대출 상담을 하다가 자산가 중에 부동산 경매로 돈을 번 이가 적지 않다는 말을 듣고 솔깃했다. 빨리 돈부터 벌고 싶어서 대학(부산외국어대 중국어과)까지 중퇴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매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채권·채무가 얽히고설킨 물건이 대다수였다. 특히 소형 빌라는 건축주와 시공사의 금전 관계가 지저분하게 엉켜 분쟁이 잦았다.

"경매 물건 중엔 소형 빌라가 적지 않았어요. 그런데 빌라 건축주 중에 은행 돈을 못 빌려 고금리 사채를 썼다가 못 갚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시공 업체에 외상으로 건설을 부탁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서 채무 관계가 대단히 복잡했죠."

지난 19일 부동산PF 전문 핀테크 업체‘테라펀딩’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BMY타워에서 이 회사 양태영 대표가 대출 심사 중인 빌라 단지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자금 대출) 전문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 기업 '테라펀딩'(www.terafunding.com)의 양태영(33) 대표는 2014년 12월 소형 빌라 건축 PF라는 틈새를 노려 창업했다. 양 대표는 "은행은 적어도 100억원 단위가 넘는 PF만 검토할 뿐, 10억원 단위의 소형 빌라 건축 자금은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젊었을 때 부동산 경매 업계에서 구르다 보니 틈새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형 빌라 건축주가 건축 자금을 신청하면 테라펀딩에 소속된 부동산·건축 전문가들이 출동해 빌라의 수익성 등을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한 프로젝트는 홈페이지에 올린다. 그때부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자금 조달이 시작된다.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은 100만원이다. 투자자는 매월 이자(평균 연 12.8%)를 지급받다가 8개월쯤 후에 빌라가 다 지어지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양 대표는 "투자자들은 홈페이지에 매주 갱신되는 사진을 보고 빌라가 지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라펀딩은 지금까지 77건의 PF를 진행했다. 매월 약 100건 정도 신청이 들어오는데 꼼꼼하게 보고 5건 정도만 선발한다. 누적 대출액은 368억원(18일 기준)이다. 약 2300명이 평균 1600만원씩 투자했다. 테라펀딩은 건축주에겐 투자받은 돈의 2.5%, 투자자에겐 매월 투자 금액의 0.1%를 수수료로 받아 수익을 낸다. 벤처캐피털인 '본엔젤스'로부터 약 12억5000만원의 사업 자금 투자도 받았다.

테라펀딩의 '테라'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둔 접두사로 '1조'를 뜻한다. '1조원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라는 포부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양 대표는 테라펀딩 이전에 강사 연결,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접었다. 그렇지만 그는 테라펀딩의 대출 영역을 다른 분야로 확장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매년 10만 가구의 소형 빌라가 만들어지는데, 여전히 많은 건축주가 고금리 사채를 이용합니다. 그런 분들을 좋은 금융으로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