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통해 제공한 한글 맞춤법 검사기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공개를 철회하기로 했다.

권혁철 부산대 교수가 26년간 개발한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와 비슷한 서비스를 포털 다음이 공급하고 API까지 무료로 공개해 표절 논란이 불거진 지 3일만이다.

카카오(035720)는 1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권 교수가 오랫동안 맞춤법 검사기 개발에 매진해 프로그램 발전에 기여해 왔고, 향후 지속적인 검색기 업그레이드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여 철회를 결정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17일 카카오 공식 블로그

현재 양 측은 한글 맞춤법 검사기의 품질 향상을 위해 같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앞서 지난 15일과 16일 권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깝다”며 “포털 네이버, 다음 등이 맞춤법 검사기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개방형 API로 무료로 공개하면 해당 기술을 가진 업체나 개발자의 생존은 물론, 소프트웨어 업계 자체를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권 교수는 “다음이 자신이 개발한 맞춤법 검사기의 API를 공개했으며, 네이버는 한글 맞춤법 검사기의 API는 따로 제공하지 않았으나 인명용 로마자 변환기는 무료로 제공하는 바람에 그동안 은행과 추진해오던 계약이 취소됐다”고 했다.

네이버의 로마자 변환기는 국내 유명인사의 이름이나 지명 등을 국립 국어원 규칙에 맞춰 한글에서 로마자로 변경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권 교수는 네이버측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회사 자체적으로 2010년부터 자체적으로 맞춤법 검사기를 개발했으며 2013년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권 교수의 주장을 검토했으나, 권 교수의 주장대로 네이버가 그의 연구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개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로마자 변환기는 인명용으로 제작됐는데 권 교수의 맞춤범 검사기만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API 공개 철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8일 권혁철 부산대 교수 페이스북 게시물

권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API공개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권 교수는“카카오 홍은택 부사장과 직접 통화해 서로 베끼기에 대한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의견을 나눴고, 7~8명을 동원해 어떤 규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사한다면 베끼는 것이라고 의견을 전달했다”며 “따라서 홍 부사장에게 (API를) 내려주길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다음이 API 공개를 포기한다면 더는 문제 삼지 않을 생각이며 이에 대해서는 상호간에 어느정도 협의가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