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한국을 다시 찾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에 걸쳐 1만1000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일본 단체 관광단이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18만100명으로 작년 6월보다 78% 급증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2012년 이후 감소 일변도였던 '방한(訪韓) 일본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 가자" 日 인센티브 관광객 1만명 첫 한국行

단체 관광객 1만1000명은 '전 일본 관혼상제 상조협회' 소속 사원들. 이 단체는 일본 각지에서 결혼·장례식 관련 사업을 하는 229개 상조회로 구성돼 있다. 6개월 동안 20여 회에 나눠 2박 3일, 3박 4일씩 방한한다. 부산을 찾아 광안대교 야경을 즐기고,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을 찾는다. 경주나 거제도를 방문하는 옵션 투어도 포함돼 있다. 1000여명은 서울 관광을 한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이 상조협회는 지금까지 하와이나 괌, 동남아 국가 등에서 임직원 인센티브 관광을 진행했지만, 지난 7월 미야자키 대의원 회의에서 한국으로 여행지를 최종 결정했다. 우선 엔고에 따라 여행 경비가 저렴해졌다. 이종훈 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갈등으로 급속히 냉각됐던 한·일 양국 관계가 최근 풀리면서 '한국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일본 통신판매업체 샤디의 인센티브 관광단 1500여명도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제주도 관광에 나선다. 내년에는 같은 업종인 샤를레의 직원 4000여명이 크루즈선을 타고 고베를 출발해 제주도를 찾는다. 관광공사는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올 10월쯤 도쿄에서 현지 기업체와 여행사, 언론사 관계자 200여명을 초청해 인센티브 관광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화장품 수십만원씩 구입, '큰손' 일본 여사님 부쩍 늘어

일본인 개별 관광객도 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선 일본인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거리 양쪽의 화장품 가게와 액세서리 매장에는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예전처럼 중국인 일색은 아니었다. 빅뱅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오사카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에 온 오카자키 슈헤이(31)씨는 "한국 면세점의 할인 폭이 커서 좋다"며 "특히 엔화 가치가 뛰어 주변에선 '지금이 한국 여행을 하기 딱 좋은 시기'라고 한다"고 말했다. 마츠후지 요리코(34)씨는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배용준이나 이병헌 같은 '한류 사대천왕'의 효과는 이제 크지 않지만 빅뱅이나 엑소, 슈퍼주니어, 초신성, 씨엔블루,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한국 관광을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다음 달 일본의 걸 그룹인 '업업걸스' 등을 초청해 팬 사인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업업걸스를 따라 한국을 찾는 젊은 일본인 팬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력이 있는 중년 일본 여성들의 한국 방문이 늘고 있다. 토니모리 명동3호점 매장의 김미나 부매니저는 "이전까지는 매장을 둘러보거나 립글로스 등 값싼 제품을 사는 20대 '짠순이' 아가씨 손님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50만~60만원어치씩 고가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하는 40~50대 '큰손'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명동 매장에서는 한때 대폭 줄였던 일본어 구사 점원을 늘려갈 방침이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동안 감소 일변도였다. 2012년 351만명에 달했던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한·일 양국 관계 악화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작년에는 187만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한·일 외교 관계가 개선되고 엔화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 일본인 입장에서는 여행 경비가 덜 든다.

2012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41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던 월별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 2월 1.3% 증가로 돌아섰고, 상반기 일본인 관광객은 작년보다 10% 증가한 103만9500명을 기록했다.

관광공사는 올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23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187만명에 그친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수치다. 임용묵 관광공사 일본팀장은 "특별한 돌발 변수만 없다면 회복세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