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59)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올 초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전기를 많이 쓰는 금형·도금·용접·주물·열처리 관련 중소기업이 주말에 싼값에 전기를 쓸 수 있게 한 혜택이 올해 7월로 끝나니 이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금형이나 도금 분야 중소기업을 제조업의 근간이라며 이런 '뿌리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한전 등 관련 업체가 반대하니까 입을 닫았어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난 박 회장은 "몇 해 전만 해도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적발하는 등 경제 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 활성화에 나서겠다던 정부가 '이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최근 1~2년간은 요지부동"이라며 "앞으로는 정부가 움직이길 기다리지 않고 중앙회가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6일 인터뷰에서“중앙회가 중소기업의 이익만을 주장하기보다, 앞으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TF) 2개를 신설했다. 불공정한 관행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바른 시장경제 추진 TF'와 중소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협동조합 활성화 TF'가 그것이다. 그는 "최근 들어 창업이 활성화하고 5대 취약 업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앙회가 나서 공정하면서도 철저한 시장경제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보름 동안 매일 부회장단과 함께 국회로 출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등을 찾아가 중소기업과 관련한 각종 현안을 설명하고, 중소기업 관련 법안 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재 중기중앙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연구하고 있다. 박 회장은 "공정위 출신들이 대기업이나 대형 법무법인으로 이직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 정부가 시장 활동을 투명하게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며 "중기인(中企人)들이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놓고 기업을 운영하려면 공정거래법부터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기중앙회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인사부장이 탄생했다. 중앙회에는 인사부를 포함해 3곳에 여성부장이 있다. 작년에는 '청년 1+ 채용 운동'을 벌여 중소기업의 신입 사원 채용 인원을 전년 대비 20%(중앙회 추산)나 늘렸다. 그는 "이제 중기인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며 "중앙회부터 여성 고용 확대를 포함해 청년 취업 활성화, 장애인 고용 등 사회적으로 충분히 배려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조만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고민하는 30여 명을 선정해 이들과 함께 '바른 사회 운동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는 중앙회가 중소기업의 이익만을 주장하기보다, 사회 각계각층과 함께 호흡하면서 뜻있는 활동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