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나 볼 수 있던 '최저가격 보상제'가 금융권에도 등장했다. 최저가격 보상제는 같은 물건을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판매할 경우, 이를 신고한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대개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과시하고 싶을 때 자주 활용한다.

지난 8일 업계 1위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업체인 8퍼센트는 금융권 최초로 '최저금리 보상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8퍼센트에서 대출을 받은 신용등급 1~7등급인 사람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연 0.01%라도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보상금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기준 8퍼센트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의 평균 신용등급은 5.2등급이며,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0.06%다. 8퍼센트의 최저금리 보상제 마케팅은 중(中)금리 대출 시장 경쟁을 한층 격화시키는데 도화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 대출 전쟁 서막 오르나

8퍼센트의 최저금리 보상제는 이달 8~31일 실행되는 대출에 적용되며, 실행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고객 반응이 좋으면 계속 이어 나가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대출 심사 등에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최저금리 보상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8퍼센트의 공격적인 행보에 경쟁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다른 P2P 업체들도 최저금리 보상제와 유사한 금리 보장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고, 작년 말부터 중금리 대출 상품 판매에 공을 들여온 저축은행들도 8퍼센트의 마케팅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상품명 사이다), OK저축은행(스파이크OK론), 웰컴저축은행(텐), JT친애저축은행(슈퍼와우론), BNK캐피탈(BNK이지론) 등은 작년 말 이후 중금리 대출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목을 매왔다. 저축은행·캐피털사 등 2금융권은 P2P 업체의 등장과 은행들의 모바일용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로 기존 중신용자 고객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고, 기존 신용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중금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이유도 있다.

이 중 신용등급 1~6등급 고객에게 연 6.9~13.5%의 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사이다'(평균 금리 연 9.8%)는 출시 8개월여 만에 대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금리 상품이 최저 금리는 연 5~6%대로 낮지만, 최고 금리가 연 18~19%대에 달해 금리의 하한(下限)만 낮췄지, 상한(上限)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중금리 대출 상품이 출시돼 서로 '가장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고 주장했지만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최저금리 보상제 도입으로 실질적인 금리 인하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등장이 또 하나의 분기점 될 듯

조만간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 대출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또 다른 변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이 없어서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기존에 활용되지 않던 빅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신용평가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를 기존 금융권보다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4~7등급인 중신용자는 전체 금융소비자의 절반에 가까운 700만명에 달하지만,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금리 연 10~15% 비중은 5.1%밖에 안 된다"며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여전히 공백 상태인 중금리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中)금리 신용대출

총 10개 신용등급 가운데 중간인 4~7 등급의 신용을 가진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 신용대출. 중금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현재 금리 수준에서 연 7~15% 정도를 중금리로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