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틴·미쟝센·도브·팬틴 등 마트 브랜드 샴푸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들어가
"전성분 확인하고 EWG 기준 3등급 미만 찾을 것"

시중에 유통되는 300가지 샴푸에 들어간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은 가습기 살균기 사태에 문제가 된 성분이다.

옥시 사태 이후 화학성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샴푸에도 유해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물질 중 하나인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들어간 샴푸의 종류는 300가지가 넘는다.

화장품(샴푸 포함)은 2008년부터 전성분표시제가 실시되고 있어 포장지에 적혀 있는 성분만 꼼꼼히 살펴봐도 안전한지 확인할 수 있다. 김나나 사단법인 에코살림 대표는 “시중에 자연주의라고 광고하는 제품 중에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들어간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제품의 광고가 아니라 반드시 뒷면에 적힌 성분을 확인하라”고 말했다.

◆ 케라시스·미쟝센·엘라스틴·팬틴 등 대형마트 샴푸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포함돼

케라시스의 ‘데미지 클리닉 샴푸’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케라시스 샴푸를 살펴보자. 화장품 성분 분석 서비스인 ‘화해’에 따르면 케라시스의 ‘데미지 클리닉 샴푸’에는 총 8가지 유해 성분이 들어있다.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소듐라우레스황산염)는 발암물질이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의 저자 구희연 연구원은 이 성분에 대해 “피부를 통해 침투가 쉬워 심장, 간, 폐, 뇌에 5일 정도 머무르면서 혈액으로 발암물질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부건조 유발, 백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의 눈에 상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케라시스에는 항료, 벤질살리실레이트, 부틸페닐메칠프로피오날, 제라니올,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등 미국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가 지정한 위험도 7~8 등급의 물질이 포함됐다. 보통 EWG등급 1~2는 위험성이 낮고, 3~6은 중간, 7 이상은 위험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장안대 뷰티케어과 김정숙 학과장은 “EWG등급이 높은 파라벤, 실리콘, 탈크, 설페이트계 계면활성제, 페녹시에탄올, 인공색소, 인공향, 미네랄 오일, 벤조페논, 트리클로산, 트리에탄올아민 등은 영유아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유해하다”고 말했다.

화장품의 성분을 검색하는 앱 서비스인 ‘화해’를 살펴본 결과 케라시스의 ‘데미지 클리닉 샴푸’에는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 다수의 유해 성분이 들어있었다. 화면 좌측의 수치는 EWG 등급을 나타내는데, 숫자가 높을 수록 인체에 해롭다. 우측의 분홍색 표시는 식약처가 고시한 알레르기 성분이라는 의미다.

특히 이중에서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은 지난 옥시 가습기 사건에서 논란이 된 살균제 유해성분 중 하나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해부터 이 성분에 대해 씻어내는 화장품에만 배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권오상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장은 “메칠이소치아졸리논에 대해 유해성 논란이 계속돼 우리도 다시 한 번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제한 기준만 잘 지켜진다면 과학적으로 인체에 위해를 주지 않는다고 결론났다. 씻어내는 형태의 화장품에 한해서만 0.0015% 이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함유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위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화장품 연구원은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기체로 흡입했을때 치명적이지만, 바르고 깨끗이 씻어내면 괜찮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샴푸에 들어가 있을 경우, 수증기가 가득한 욕실에서 해당 성분이 증발해 호흡기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은 팬틴과 미쟝센, 도브, 리엔, 해피바스, 려, 댕기머리, 엘라스틴 등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에도 포함돼 있다.

◆ 록시땅·아베다 등 고가 백화점 브랜드에도 발암물질 들어있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고가의 ‘자연주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록시땅의 ‘아로마 리바이탈라이징 프레쉬 샴푸’에서도 5가지의 유해성분이 들어있다.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뿐만 아니라 향료, 시트랄, 벤질살리실레이트, 그리고 앞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다. 아베다의 ‘샴푸어 샴푸’도 비슷한 상황. 향료, 제라니올,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이 포함됐다.

한 소비자는 “백화점 판매 직원에게 유해 성분에 대해 문의할 경우, ‘이 제품에 들어간 파라벤, 메칠이소지아졸리논은 자연 유래 성분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황당한 얘기를 한다”며 “화학 성분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통적으로 대부분의 샴푸에는 인공향이 들어갔다. 흔히 말하는 ‘샴푸향’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향료가 들어간 제품은 무조건 기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기농 화장품 회사인 아로마티카의 김영균 대표는 “향료는 EWG 단체가 규정한 8등급의 유해물질로, 메칠이소치아졸리논(7등급)보다 높다. 강한 향을 맡으면 머리아 아프거나, 속이 안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바로 그게 부작용이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보다 인체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모든 성분이 EWG 기준으로 1~3 등급인지 확인하고 구매하자

모든 샴푸가 유해 성분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제품의 전성분표를 살피다 보면 ‘착한 성분’의 샴푸도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의 제품이기 때문에 대형마트 보다는 올리브영 또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구매해야 한다. 가격은 400ml에 1만~2만원 선으로 마트 샴푸와 비슷하다.

아이소이의 ‘닥터 루츠 리페어링 샴푸’에는 대부분 성분이 EWG 등급 1~2 수준으로 안전하다.

천연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의 ‘닥터 루츠 리페어링 샴푸’는 문제가 되는 화학 성분이 단 하나도 들어 있지 않고, 전성분이 EWG 기준으로 2등급 이하다. 아로마티카의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 ‘아임 트루 내추럴 샴푸’, ‘진생 볼륨 샴푸’ 역시 모두 전성분이 EWG 기준으로 3등급 이하다.

아로마티카의 김영균 대표는 “기존의 샴푸는 거품을 내기 위해 합성 계면활성화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울 수 밖에 없는데, 아로마티카는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 화학 제품 만큼의 세정력을 내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네랄바이오의 ‘스킨닥터미바 이온칼슘 트러블제로 천연삼퓨’, 스키젠의 ‘에코글램 헤리프 샴푸’, 이솔의 ‘두피가 편한 샴푸’, 자연의 벗의 ‘한가람 샴푸’, 시드물의 ‘에코 수딩 샴푸’ ‘티트리 비오틴 샴푸’ 모두 위험 성분이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