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는 초저가를 제공하고 판매자에게는 수익성을 가져다주는 가격정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초저가를 통한 이익의 극대화’는 어불성설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가격을 낮추면 마진은 떨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낮춰서 더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 있지만 경쟁자도 같은 논리로 시장을 공략하면 최악의 출혈경쟁 상황이 되지 않을까.

소비자는 언제든지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사고 싶어 한다. 그런 제안을 하는 판매자는 큰 인기를 누린다. 중국의 샤오미는 스마트폰 홍미를 799위안(약 12만8000원)에 판매했다. 영국의 라이언에어는 런던~바르셀로나 왕복 항공권을 93파운드(약 13만8000원)에 팔았다. 반면 애플 스마트폰 가격은 홍미의 7배이고 브리티시항공의 동일노선 가격은 라이언에어의 3배다.

이런 초저가 정책에서도 수익이 날 수 있을까. 라이언에어는 지난 5년간 영업이익이 10~15%에 달하는 우량회사다. 샤오미도 적기는 하지만 이익을 낸다. 그러므로 초저가 전략의 이면에는 수익성을 보완하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품(실물 또는 서비스)의 구성요소를 세 개의 동심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중앙에는 ‘핵심제품(core product)’이 있고 그 주위에 ‘제품사양(actual product)’이 있다. 그리고 가장자리에 ‘증강된 제품(augmented product)’이 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든다면 핵심제품은 통화와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본 기기다. 제품사양은 업그레이드 칩, 메모리, 디스플레이이며 증강된 제품은 앱, 엑세서리, AS, 보증기간 등으로 볼 수 있다.

제품의 세 가지 구성요소마다 상응하는 가격이 있고 이를 유기적으로 운영해 회사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부가가격정책’이라고 한다. 부가가격정책이 성공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제품의 구성요소에는 각각에 해당하는 가격과 원가가 있다. 가격에서 원가를 뺀 숫자가 마진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핵심제품은 원가가 높고 마진은 낮다. 이에 반해 제품사양이나 증강된 제품은 원가가 낮고 마진이 높다. 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핵심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고 기업은 핵심제품의 가격을 낮춰서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중형세단을 구매하는 경우를 보자. 소비자가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판단하는 기준은 핵심제품(기본제품)의 가격이다. 이외에도 자동차 감가상각 정도, 연비, 보험료까지 감안해 총사용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경제성의 기준은 핵심제품의 가격과 연비 정도일 것이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핵심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선택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업그레이드 사양의 가격은 기본제품 판매가 이뤄진 다음의 결정이기 때문에 덜 경쟁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스마트한 소비자는 핵심제품 이외에도 제품사양, 증강된 제품의 가격을 동시에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행동 이론에서 소비자는 순차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통합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결국 부가가격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각 구성요소의 원가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핵심제품의 가격이 80만원이고 원가가 75만원이면 핵심제품의 이익은 5만원이다. 반면에 스마트폰 가죽케이스(증강된 제품) 가격이 8만원이고 원가가 3만원이면 이익 역시 5만원이다. 여기서 핵심제품의 이익율은 6%지만 증강된 제품의 이익률은 60%다.

부가가격정책은 글로벌 경쟁하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다. 통합적 사고를 하는 한국에서는 낯설 수 있지만 품목별 가격에 익숙한 서양에선 부가가격정책이 거의 일반화돼 있다. 기업이 이러한 부가가격정책을 잘 활용해 핵심제품 가격은 경쟁력 있게 하되, 제품사양과 증강된 제품 판매를 활성화한다면 초저가와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 8월10일자(162호)에 게제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