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부산 사하구에 있는 CJ제일제당 부산 공장의 '햇반 컵반 자동화 공정' 1호기. 옆 건물에 있는 공장에서 만든 즉석밥이 머리 위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컵반 공정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컨베이너 벨트를 따라 건더기와 소스, 숟가락 등이 순서대로 포장되는 데 1분이 걸렸다. 약 500㎡(약 151평) 규모의 공정에서는 컵반이 하루 8만개 생산된다. 컵반은 컵라면을 먹듯이 뜨거운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로 데워 국밥이나 덮밥으로 먹는 간편식이다.

작년 4월 출시된 컵반은 1년 4개월 동안 1800만개가 팔리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초기엔 하루 10시간이던 공장 가동 시간이 현재 하루 20시간으로 늘었고, 설비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16개월동안 1800만개 팔린 '햇반 컵반' - 지난 25일 부산 사하구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서 중국어로‘韓飯’(한반)이라고 쓰인 햇반 컵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햇반 컵반은 작년 4월 미역국밥·순두부찌개국밥 등 다양한 국밥·덮밥 제품으로 출시됐다.

가정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유통업체들이 제품 개발과 설비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소비자인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2010년 77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작년 1조7000억원까지 커졌고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긴 일이다.

신제품·설비투자 등 봇물

초기 도시락에 집중하던 업체들은 최근엔 한식 제품을 앞다퉈 내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지난달 알루미늄 조리 냄비에 담긴 부대찌개를 내놓았다. 전자레인지로도 조리할 수 있다. GS25 관계자는 "연말까지 국·탕·찌개 제품을 다섯 가지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최근 김치찌개·된장찌개·미역냉국·낙지볶음·꼬막비빔밥 등 한식 제품을 출시하고, '돼지불고기와 돼지껍질' 등 밥 반찬과 술 안주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1인 가구용 브랜드 '싱글싱글'도 내놨다.

대규모 설비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동원그룹은 지난달 300억원에 가정 간편식 전문 업체 '더 반찬'을 인수했고, 신공장 설비에 150억원, 가정 간편식 온라인 쇼핑몰에 50억원 등 200억원을 더 투자한다. 동원그룹은 이를 통해 현재 400억원 규모인 가정 간편식 생산량을 2017년 1500억원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SPC그룹도 1만6000㎡(약 4840평) 규모의 '종합 식재료 가공 센터'를 건립하며 가정 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롯데그룹은 각 계열사 통합 브랜드인 '초이스엘 골드'를 출시해 올해까지 제품 21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가정 간편식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5.6%였던 1인 가구 비중은 작년 27.1%로 늘어났으며 2030년 32.7%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가정 간편식 소비량은 1인 가구 증가가 더 빨리 시작된 일본의 30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활발

업체들은 수출도 시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중국에 '한반(韓飯·한국식 식사라는 뜻)'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팔기 시작한 것을 비롯해 현재 세계 38국에 컵반을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비비고' 브랜드도 가정 간편식 브랜드로 바꿔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작년 9월부터 가정 간편식 브랜드인 '피코크'를 공항과 시내에 있는 신세계 면세점에서 팔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김일환 피코크 담당 상무는 "면세점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시험대로 삼고, 해외 고객을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