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정상화의 최대 변수인 소난골의 생사가 이번주 결정된다. 소난골의 최대 채권자인 글로벌 금융회사 몇곳이 이번주 중 소난골에 대한 여신 회수 여부를 결론낼 예정인데, 이 여파는 당연히 대우조선해양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난골은 앙골라의 국영석유회사로, 회사 매출이 앙골라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소난골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에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은 소난골이 대우조선해양에 1조1000억원의 대금을 치를 것이 있기 때문이다. 소난골은 대우조선에 드릴십을 발주해놓고 자금난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소난골에 보증을 내줘, 소난골이 대우조선해양의 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었다. 산은, 수은이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매수자에게 금융 지원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글로벌은행들이 소난골에 대한 여신을 회수해가면 이 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

◆ 소난골 채권단 지원끊으면 대우조선 드릴십 인도 사실상 어려워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선박건조장 현장

금융당국 관계자는 1일 “소난골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역시 드릴십 인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소난골에서 인수의지가 강한 만큼 우리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소난골의 드릴십 2기 인도 시기는 지난해 연말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사업확장과 유가하락 등으로 소난골은 자금난에 빠졌고 대우조선해양 드릴십 인수 시기도 무기한 연기됐다.

소난골이 위기에 빠지면서 소난골이 추진하는 각종 원유 관련 사업에 자금을 지원했던 글로벌 금융회사(채권단)들은 각 프로젝트마다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회수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그리고 이번주 중 최대 프로젝트의 채권은행이 여신 회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대 은행 몇곳이 빠지면 다른 프로젝트의 대주단도 줄줄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소난골은 대우조선해양에 드릴십을 발주하며 전체 건조대금 중 약 20%만을 선수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80%는 남겨뒀다. 잔금 규모는 한화로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소난골 채권단이 거래를 끊고 여신을 모두 회수하는 등의 초강수를 두게 되면 대우조선해양 드릴십 인도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소난골 수익규모는 앙골라 GDP(국내총생산)의 70%가 넘는다. 앙골라 역시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에 3년간 15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소난골이 무너지면 앙골라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드릴십 인도와 관련, 대주단 구성을 주도하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역시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난골이 채권단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게 되면 SC 역시 사업을 계속 이끌어 갈지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인도는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9월 중 4000억원 상당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은 소난골 이슈가 이때까진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플랜B를 제대로 준비해놓지 않았었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이 소난골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차입금 상환을 위한 다른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제출한 자구안대로 최대한 빨리 자금을 조달하고, 하반기 중 다시 자구안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했던 자금을 조기에 투입하고, 기타 프로젝트의 건조금을 조금 미리 받는 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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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매주 달라지고 있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소난골 같은 인수지연 사태가 또 발생할 경우 버티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소난골 자금난 해결되면 상황 반전

글로벌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소난골에 대한 금융거래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결정하면 상황은 나아진다.

소난골 입장에서는 재무 리스크가 해결된 만큼 대우조선해양 발주 드릴십 인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벨 도스 산토스 소난골 회장은 지난달 한국의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등을 방문해 드릴십 인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문제가 됐던 보증문제 역시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책임지는 쪽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당초 소난골 보증은 무역보험공사와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GIEK)가 책임졌었는데, GIEK가 브라질 프로젝트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발을 빼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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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또한 국회 등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다시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던 국책은행들이 또 다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거대한 리스크를 짊어진 형국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야당 등에서 또 다시 우회지원 논란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국회 청문회 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정치권이나 여론 등의 없이 또 다시 보증을 서주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