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나노과학 전문가인 서울대 공대 현택환〈사진〉 중견석좌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최근 연구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창 왕성하게 연구할 나이인 30대(代) 박사 졸업생들이 '박사후(後) 연구원'을 하기 위해 대부분 미국·유럽 등 외국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 교수는 "빈자리를 아시아 출신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채워 왔는데 올해부터는 뽑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에 오는 아시아권 박사후 연구원들의 실력이 떨어져 연구 성과가 낮다는 것이다. 우수한 아시아권 인재는 한국 박사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유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 교수는 균일한 나노 입자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합성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서울대 최초의 중견석좌교수 직위를 받았다. 한국인 최초로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의 부편집장을 맡았고,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도 맡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학자인데도 인재 공동화(空洞化) 현상의 영향을 받는다. 그는 "선진국 출신 박사후 연구원이 우리가 미처 생각 못 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와야 연구에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개발도상국 유학생들이 거꾸로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얻으러 오는 상황이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현 교수는 앞으로 국내 박사과정 대학원생들과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최소 박사 졸업생 이상의 연구원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을 만들자는 IBS의 창립 취지를 본의 아니게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 교수는 해외에 있는 한국 고급 두뇌를 '유턴'시키고, 외국 인재까지 끌어오기 위해선 양질(良質)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자리가 정체된 정부 출연연구소를 활성화시켜 지속적으로 일자리 수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죠." 그는 "대학교수직은 한정돼 있는 만큼 연구 환경이 우수한 기업 연구소로도 국내 이공계 인재들이 시야를 넓힐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