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남산의 남산타워는 서울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늘 인파가 몰린다. 남산 중턱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는 남산타워뿐 아니라 탁 트인 한강 전망을 호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도심 속의 리조트 호텔’을 추구하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호텔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17층 ‘클럽 라운지’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한남동과 보광동 일대와 저 멀리 한남대교가 보인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1978년 7월 1일에 문을 연 국내 ‘최고령’ 호텔 중 하나다. 1974년 한·일 합작투자회사인 ‘서울 미라마 관광회사’가 남산에 호텔을 시공했고 4년 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하얏트가 위탁경영을 맡으며 ‘하얏트 리젠시 서울’이란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곳에 호텔이 들어선 배경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부는 경제개발계획 차원에서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남산에 외국인 아파트와 단독 주택 등을 몰아 지었다. 1971년 남산 중턱에는 각각 16층, 17층짜리 당시 국내 최고층 아파트 2개동 450가구가 들어섰다. 이 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이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피용 헬기 포트를 시찰하다 눈에 거슬리는 군사시설이 보이자 “철거하고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하면서 그 자리에 지금의 하얏트 호텔이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 중턱에 자리 잡은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야경.

이후 외국인 아파트는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특혜와 자연 훼손 논란의 중심에 섰고 서울시는 1994년 ‘정도 600년’을 맞아 벌인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했다. 이후 이곳엔 야외 식물원이 들어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으로 지어진 하얏트 호텔만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이 호텔은 하얏트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당초 미라마 관광회사의 일본 지분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매물로 나왔는데, 하얏트가 이 호텔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법인명을 ‘서울 미라마 유한회사’로 바꿨다. 호텔의 이름은 1993년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변경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지금까지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하얏트 본사가 지분을 전부 소유한 유일한 호텔이다. 또 국내 호텔 중 처음으로 비즈니스 투숙객을 위한 비즈니스 센터 ‘그랜드 클럽(당시 리젠시 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세계 100대 건축 디자이너로 뽑힌 존 모포드가 디자인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전경.

이 호텔에는 그랜드 룸과 그랜드·이그제큐티브·디플로매틱·앰배서더·프레지덴셜 등 최고 20층까지 다양한 스위트룸 총 601개의 객실이 있다.

홀수 방 번호에서는 남산 쪽을, 짝수 방 번호에서는 한강 쪽을 볼 수 있다. 한강 쪽에서는 근거리에서 한남동과 보광동 일대를, 원거리에서 한남대교를 중심으로 신사동과 잠원동 등 강남과 잠실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도심 전경을 보고 싶다면 클럽 라운지에 가면 좋다. 15층과 17층에 있는 클럽 라운지는 14층 이상 ‘그랜드 클럽’ 객실 투숙객이 이용할 수 있는 특별 공간이다. 벽 한 면이 전면 유리로 돼 있어 특히 경치가 뛰어나다. 조식과 각종 스낵 및 주류 등을 먹을 수 있고 비즈니스 룸도 이용할 수 있다.

17층 ‘클럽 라운지’에서 바라본 전경. 가운데에 야외 수영장과 왼쪽으로 야외 테니스장이 보인다.

가장 높은 20층에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은 약 100평(336.9㎡) 규모로, 서재와 리빙 룸, 드레스 룸, 침실, 욕실, 다이닝 룸, 주방이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다이애나 왕세자빈 등이 이곳에 묵었다.

이 호텔은 남산에 둘러싸여 있고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어 국빈 경호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객실 요금은 1박에 800만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 정도다. 같은 층에 있는 앰배서더 스위트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묵기도 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특히 야외 수영장의 인기가 높다. 남산의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수영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다. 야외 수영장 옆에 있는 풀 사이드 바비큐는 약 175석 규모로, 봄부터 가을까지 즐길 수 있다. 메인 수영장(30m x 12m, 수심 1.2~1.8m)에 어린이 전용 수영장(수심 0.6m)이 따로 있고 선베드는 300여개가 준비돼 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야외 수영장과 풀 사이드 바비큐 모습.

수영장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풀 사이드 바비큐는 7~8월에는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오후 7시 30분부터 라이브 재즈 공연), 9월 말까지는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이용 가격은 10만8000원(세금 포함)이다. 인근에 투숙객을 위한 야외 테니스장도 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7~8월과 12월에 가장 투숙객이 많다. 권미혜 지배인은 “투숙객 중 외국인과 내국인의 비율이 약 6대 4 정도로 외국인이 더 많이 찾는다”며 “요즘엔 홍콩과 싱가포르, 유럽 손님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그랜드 하얏트 호텔 로비와 테라스의 야외 공간 ‘파티오’, 17층 클럽 라운지, 야외 수영장.

수영장 옆에는 50석 규모의 야외 테라스가 있다. 테라스의 야외 공간인 ‘파티오(Patio)’는 40석 규모로, 봄부터 가을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유럽의 노천카페처럼 작은 분수대와 테이블이 있다. 두 곳 모두에 전등 가림막이 이 있어 한낮에도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다.

이 밖에 호텔 그랜드 볼룸과 리젠시 룸에서는 대규모 연회 및 컨퍼런스를 열 수 있다. 2층과 지하 1층에도 다양한 규모의 연회장이 6개가 있다. 2층에는 비즈니스&미팅 센터가 있다. ‘제이제이 마호니스’ 등 9개의 바와 레스토랑도 있다.

최근엔 가족 단위 투숙객을 위한 야외 체험공간 ‘그랜드캠핑’도 문을 열었다. 다음 달 14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캠핑존에는 5~12세 어린이를 위한 물로켓 만들기와 쏘기 체험,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태양광 랜턴 만들기, 비눗방울 놀이, 보물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용료는 7만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으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