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이 최근 서울에 개장한 미국의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Shake Shack)’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개점 당일은 물론 25일에도 여전히 서울 강남의 쉐이크쉑 1호점은 미국에서 건너온 유명 수제 햄버거를 맛보기 위한 인파가 몰리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쉐이크쉑의 개점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기존 국내 햄버거 체인들은 심화되고 있는 경쟁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국내 햄버거 업계를 주도했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실적 부진으로 고심하는 가운데 사모투자펀드(PEF)가 투자했던 햄버거 체인들도 매각이 뜻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국내 최대업체 롯데리아, 실적 부진에 신음…맥도날드도 매각 흥행 '적신호'

국내 햄버거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업체로 꼽히는 롯데리아는 최근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리아의 매출액은 1조1231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0.9% 감소했다. 2014년에는 2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2014년 195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는 140억원의 순손실로 바뀌었다.

국내 시장에서 1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450여개의 점포를 가진 맥도날드, 240여개를 운영 중인 버거킹 등 경쟁업체들을 규모에서 압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던 셈이다.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적어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가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결과 CJ그룹과 KG그룹 등이 매매 희망가격을 제시하며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당초 기대했던 사모투자펀드(PEF)나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햄버거 시장의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맥도날드가 다른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나 수제버거 체인 등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강점이 없다는 평가가 많아 매각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매각 가격도 당초 목표가였던 5000억원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쉐이크쉑 1호점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선 모습

◆ PEF가 투자한 KFC·크라제버거, 매각 진행 중이지만 ‘출구’ 안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 뿐이 아니다. PEF가 인수해 운영 중인 KFC와 크라제버거 등도 최근 몇 년간 계속 실적 부진을 겪다 최근 매물로 나왔지만, 역시 매각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지난 2014년 PEF인 CVC캐피탈은 두산그룹으로부터 KFC를 운영하는 SRS코리아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SRS코리아의 매출액은 1747억원으로 전년대비 7.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억원에서 1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CVC캐피탈은 KFC를 사들인 후 다양한 신메뉴를 개발하고,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늘리는 등 경영실적 개선에 안간힘을 썼지만,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그러나 수 개월이 지난 지금도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 나우IB로 경영권이 넘어간 수제버거 체인 크라제버거도 지난 5월 매물로 나왔지만, 당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PEF들이 대부분 등을 돌리면서 매각이 벽에 부딪혔다.

맥도날드는 올해 국내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지만, 당초 예상보다 인수에 관심을 보인 업체들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의 한 맥도날드 매장 전경

◆ 저가 브랜드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관건

유통업계와 PEF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쉐이크쉑 열풍으로 햄버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존 업체들이 실적을 호전시키는 데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거킹 한국 체인을 운영하다 올해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 경영권을 매각한 VIG파트너스의 이철민 부대표는 “국내 햄버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경쟁도 더욱 과열되고 있어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획기적인 경영전략의 도입이나 서비스 개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여러 업체들이 장기적인 실적 부진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인해 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저가 햄버거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기존 업체들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꼽고 있다.

이 부대표는 “쉐이크쉑이 개점 직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체 시장에서 보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등 기존 프랜차이즈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햄버거와 치킨 등을 판매하는 맘스터치의 경우 전국적으로 8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최근 롯데리아에 이어 매장 수 기준 국내 2위 업체로 성장했다”며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업체들의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인해 가격을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