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연구비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강화돼도 일부 과학자들의 일탈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각종 연구 부정을 막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양심이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201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7·사진) 일본 도쿄대 교수는 최근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연구자라면 결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남을 따라 하기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새로운 연구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가지타 교수는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기본 소립자의 하나인 중성미자(中性微子)의 실체를 밝힌 공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예산으로 주어진 연구비의 중요성을 스승이자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특별영예교수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가지타 교수는 "지식 하나, 요령 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도덕성을 갖춘 연구자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연구비 부정과 유용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오보카타 하루코 일본이화학연구소 연구주임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이 전 세계적인 스캔들로 비화됐다. 가지타 교수는 "당시 일본 내부에서도 규제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란이 거셌다"면서 "하지만 일본 국민은 그 사건을 일부 연구자들의 일탈로 볼 뿐, 전체 과학계에 대한 신뢰는 확고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일본 과학자들이 예산을 사용하면서 내놓은 연구에 대한 성과물들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모두 24명의 노벨상 수상자(과학분야 21명)를 배출했다.

가지타 교수는 연구비와 관련된 규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결국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이나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소, 연구자 개개인이 국민 세금을 제대로 쓰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 이상의 묘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문화 혁신은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 바꿀 수 없어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