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3차원) 발사이즈 측정기, VR(가상현실) 스토어, 체험형 매장…’

침체에 빠진 백화점 업계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고객 체험을 극대화해 전자상거래(e-commerce)업체와 차별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매장에 3D 발사이즈 측정기를 도입했고 하반기엔 3D 이미지를 활용한 피팅룸을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실제 매장을 그대로 재현한 ‘VR(가상현실) 스토어’를 마련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체험형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의 약진으로 고전하던 백화점 업계가 돌파구를 찾으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다양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급성장으로 백화점업계의 연간 매출은 29조원에서 정체 상태다.

◆ 롯데, 3D 발사이즈 측정기 도입"하반기엔 3D 피팅룸"

롯데백화점은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본점 ‘탠디’ 매장에 3D 발사이즈 측정기를 국내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설치했다. 29일엔 잠실점·영등포점·평촌점 탠디 매장에 이를 도입한 뒤 각 점포와 다른 브랜드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스웨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볼루멘탈’(VOLUMENTAL)이 개발한 3D 발사이즈 측정기는 발을 기기에 올리면 2초 내에 발 길이는 물론 발 넓이, 안창 높이, 발등 높이 등 다양한 발 모양 정보를 알려준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의 정확한 발 치수를 이용해 맞춤 수제화 구두를 선보인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1~2주 뒤 맞춤 수제화를 받아볼 수 있다. 기록을 저장해 두기 때문에 다음 번엔 측정할 필요없이 디자인만 선택해 주문하면 된다.

롯데가 국내 백화점 최초로 도입한 3D 발사이즈 측정기.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체험형 공간을 구축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3D 발사이즈 측정기를 도입하게 됐다”며 “하반기에는 가상의 3D 이미지를 고객의 몸에 맞춰 실시간으로 피팅해볼 수 있는 가상피팅룸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현대, VR 매장 시범 운영 신세계, 체험매장 강화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 판교점 5층에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을 ‘VR 스토어’로 시범 운영한다. PC나 스마트폰으로 더현대닷컴(www.thehyundai.com)에 접속하면 VR 스토어를 볼 수 있다.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이 실제 매장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된다. 기어VR 등 VR 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의 ‘VR 스토어’ 시연 영상.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PC, 모바일, VR기기 등을 통해 현실감 있게 오프라인 매장을 볼 수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활용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에 VR 기술을 통해 개별 상품을 360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2018년에 상품별 설명 서비스를 제공하고 2019년엔 오프라인 백화점을 통째로 VR로 구현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해외 유명 백화점·쇼룸·명품매장 등과 제휴도 추진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초 재개장한 강남점에 백화점업계 최초로 체험형 매장인 ‘자주(JAJU) 테이블’을 마련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이 곳에서 사용하는 54종의 그릇, 와인잔, 스푼, 테이블, 의자는 모두 같은 층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식사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즉시 안내받아 살 수 있다. 눈으로 보는 차원을 넘어 실제 사용하고 체험한 뒤 구매하는 시스템이다. 재개장 후 10일동안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3% 증가했고, 일평균 방문객도 10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체험형 매장 ‘자주 테이블’.

◆ 美 메이시스·블루밍데일스 선두에 "체험형 콘텐츠 본격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메이시스(Macy’s), 블루밍데일(Bloomingdale’s) 등 미국 유명 백화점들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메이시스는 남성복 코너에 조명이 달린 전신거울을 설치, 주변 상황에 따라 옷 색깔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저녁, 사무실, 야외 등 환경을 설정하면 조명 밝기가 달라진다.

미국 블루밍데일스가 도입한 체형 스캔 시스템 ‘미얼리티’.

블루밍데일스는 2013년 5개 매장에 ‘미얼리티(Me-ality)’라는 체형 스캔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얼리티는 고객의 신체 치수를 부위별로 정확히 파악해 몸에 맞는 청바지 등을 추천해준다.

고예원 대홍기획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오프라인의 체험 공간은 소비자와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고 브랜드와 상품을 효과적으로 노출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매장에 체험형 콘텐츠를 접목하는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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