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일렉트릭(EV), SM3 Z.E 등 최근 잇따라 출시된 전기자동차 신규 모델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1회 충전으로 191km를 달리는 아이오닉 EV를 내놓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M3 Z.E.의 상품성을 개선한 2017년형을 선보였다. 현대차와 르노삼성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 모델은 전기차의 단점인 주행거리와 가격 문제를 개선한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국내 진출도 국내 전기차 시장의 대형 변수로 꼽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위)과 르노삼성차 SM3 Z.E.

◆ 주행거리 높이고 가격 낮춘 전기차 속속 등장

현대차 아이오닉 EV의 경우 국산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191km(복합 기준)다. 기아차 쏘울 EV(148km), 르노삼성차 SM3 Z.E.(135km), 한국GM 스파크 EV(128km) 등 기존 전기차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아이오닉 EV는 28kWh의 고용량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알루미늄 소재 등 차량 경량화 기술, 공기 저항 최소화 디자인 등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가격은 4000만~4300만원으로 기존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이오닉 EV는 해치백(5도어)형 전기차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 14일 서울마리나에서 열린 아이오닉 EV 시승행사에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EV 점유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1회 완충 시 320km를 주행할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를 선보이기로 했다. 2020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 전기차도 내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vs SM3 Z.E. 제원.

르노삼성차 SM3 Z.E.는 국내 유일의 세단형 전기차다. 4도어 세단이라는 실용성 덕분에 2013년 11월 출시 이후 1600대 이상 팔리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 전기 택시로 보급되며 경제성과 내구성도 입증했다.

새롭게 출시된 2017년형 SM3 Z.E.는 편의사양과 외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가격도 3900만~4100만원으로 기존 모델보다 최대 190만원 싸다. 7월 중 현금 구매 시 100만원 할인, 할부 구매 시 최대 36개월 무이자 혜택을 받는다.

아이오닉 EV와 SM3 Z.E. 등 전기차의 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1400만~2100만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1850만원, 제주도는 2100만원을 지원한다. 제주도민의 경우 보조금을 적용하면 아이오닉 EV N 트림(4000만원)을 19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주행거리연장전기차 쉐보레 볼트.

한국GM은 올해 하반기 중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라는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차 볼트를 선보인다. 볼트는 18.4kWh 대용량 배터리와 2개의 전기모터, 주행거리 연장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동하는 볼텍(Voltec) 시스템을 탑재해 최대 676km를 주행할 수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올해 볼트 도입 물량을 카쉐어링 파트너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카쉐어링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가 볼트의 혁신적인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국내에 전시장을 연다. 현재 국내에서 전시장 개장과 충전소 구축을 담당할 인력을 채용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테슬라 모델3의 국내 시장 진입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을 본격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위)과 르노삼성차 SM3 Z.E.

◆ 올 상반기 판매량 기대 이하…”획기적인 지원책 마련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16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기준 126만대를 기록해 1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000여대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충전소 유료화를 성급히 추진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 4월 11일부터 전국에서 운영 중인 337기의 급속 충전기에 kWh 313.1원의 요금을 부과했다. 이는 일반 내연기관 유류비 대비 40~70% 수준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충전 모습.

지자체들의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자체들은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영업용 차량 보급이나 충전기 설치비 지원 등 새 지원책을 내놓았다.

제주도는 올해 전국 보급 대수의 절반인 4000대를 보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실제 보급 대수는 800여대에 불과했다. 제주도는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자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렌터카 2000대, 전기택시 100대 등 영업용 차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상반기 전기차 보급 대수도 54대에 그치며 올해 목표치 910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전기차를 구매하면 충전기 설치비를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충전기 설치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아직 정부가 보조금 외에 획기적인 전기차 보급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도심 버스 전용차로의 전기차 비보호 진입 허용이나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 등 경차 이상의 혜택을 부여해야 전기차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