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작전타임의 적기
휴가 11~15일 적게 사용한 직장인...전부 사용한 직장인보다 보너스 받은 사례 6.5% 적어

바야흐로 여름휴가철이다. 여름휴가는 말그대로 휴식의 의미도 있지만 한해의 반환점이란 의미도 함께 있다. 당신의 야심찼던 올초 신년 계획은 안녕하신가, 잘 지켜지고 있는가? 한번 중간점검해보라. 스포츠경기도 전반전 후반전 사이에 하프타임을 둬 작전을 세우지 않는가. 바로 여름휴가가 그런 작전타임의 적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6년의 신년 한자’로 뛸 도(跳), 고전번역원은 살필 성(省)을 선정한 바 있다. 뛸 도(跳)는 그냥 달리기가 아니라 한단계 높이 오르는 도약의 의미다. 여러 가지 가능성(兆)을 향해 풀쩍 발로 뛰어오르는(足) 것이다. 성(省)은 두 눈을 좌우로 굴리며 좌우쌍방 살피는 것이다. 이 두 글자는 서로 동이 닿지 않는 것같지만 살피고서 뛰어야 한다는 점에서 앞뒤가 꼭 들어맞는 글자다.

멀리 날아오르려면 숨고르기와 준비는 필수다. 무작정 ‘뛰어보자 팔짝’해봤자 제자리걸음이기 쉽다. 서두르기보다 깊은 성찰을 해야 큰 도약을 할 수 있다./사진=Courtesy of https://pixabay.com

◆ 휴가는 일의 중단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재정비

멀리 날아오르려면 숨고르기와 준비는 필수다. 무작정 ‘뛰어보자 팔짝’해봤자 제자리걸음이기 쉽다. 서두르기보다 깊은 성찰을 해야 큰 도약을 할 수 있다. 최근 중소기업 중앙회가 ‘중소기업 CEO 여름휴가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중소기업 대표(CEO) 200명 중 55.5%는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작금의 상황이 여름휴가를 갈 한가한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절박함이 짐작돼 짠한 마음이 든다. 한편으론 심리적 초조함을 넘어 ‘생산성’면에서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2014년에 나온 한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가를 11~15일 적게 사용한 직장인은 전부 사용한 직장인보다 과거 3년 동안 승진하거나 보너스를 받은 사례가 6.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성과에 마이너스란 이야기다.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 효과 면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휴가는 일의 중단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재정비다.

◆ 성(省)의 휴가를 보내는 리더들의 3가지 유형

리더일수록 더욱 좌고우면 성찰을 위한 제대로 된 휴가가 필요하다. 빠르게 갈 것인가, 바르게 갈 것인가? 목적지를 향해 갈 것인가, 종점을 향해 치달을 것인가? 성(省)의 휴가를 보내는 리더 유형은 다음과 같이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자기 성찰형이다. 템플 스테이, 독서등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유형이다. 성(省)의 의미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유행어인 영화 '곡성'의 대사 '뭣이 중한디'에 함축돼있다. 살아가면서 정말로 무엇이 중요한 지를 돌이켜 생각해보는 기간으로 삼는 것이다.

지금 나의 선택은 정말 중요한가, 그 중요한 것에 맞춰 살고 있는가? 10년전, 현재, 10년후 나의 모습은 일선으로 정렬되는가? 모 로펌의 C대표는 여름 휴가 때면 동서양 역사책,고전을 섭렵한다.

지금 나의 선택은 정말 중요한가, 그 중요한 것에 맞춰 살고 있는가? 10년전, 현재, 10년후 나의 모습은 일선으로 정렬되는가? 많은 CEO들이 여름휴가 때면 동서양 역사책, 고전을 섭렵한다.

그는 “동서고금 역사인물, 가문, 국가의 흥망성쇠를 보며 인간불변의 가치를 체감하게 된다. 재능 등 성공의 요인을 세상의 ‘빚’이 아니라 ‘빛’으로 생각한 영웅들은 교만으로 꼭 몰락하더라“며 여름독서를 통해 마음의 옷깃을 여미고 ’시기를 받지 않는 성공을 위한‘ 태도를 가다듬게 된다고 말한다.

둘째, 세상 관찰형이다. 모패션업체의 A임원은 과장시절부터 사비를 털어 패션분야 종주국을 휴가때마다 여행하며 안목을 높였다. 그러자 비행기값을 뽑는 것은 물론이고 승진이 절로 따라오더란 것이다.

유명한 오페라 해설가는 휴가때마다 이태리의 성악공연을 보러간 것이 인생 2막을 성공시킨 비결이라고 털어놓는다. 모글로벌 기업의 L대표는 “꼭 일과 관련된 여행이 아니더라도 낯선 곳에서 접하는 문화 자체가 창조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셋째, 조직 통찰형이다. 훈수와 선수의 차이점은 실력보다 거리두기다. 휴가 때 한발짝 거리두기를 하고 다시 살피는 것이다. 대기업의 B임원은 부장시절에 늘 1주일 휴가중 전반부를 가족과 보내고 후반부는 조직과 관련된 일, 미뤄두었던 생각을 기록으로 정리했다.

출근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 피드백 사항, 질문을 만들어 파일정리를 하거나, 현장의 대리점등을 탐방해 애로를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바탕으로 조직의 문제를 나름 진단하고 한발앞서 생각의 가닥을 정리해 하반기 업무의 참고자료를 준비한 것이 그를 앞서나가게 했다.

성(省)해야 도(跳)할 수 있다. 당신은 여름휴가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의 중간점검 하프타임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가?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