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경쟁의 축이 점차 '생체 보안'(保安)으로 옮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인터넷·게임·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넘어 이젠 본인 인증, 결제로까지 확장된 만큼 과거 출입문 보안 장치에나 달렸을 법한 첨단 기술이 속속 스마트폰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집 대문에 달린 보안장비보다 더 첨단 기술을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게 된 셈이다. 실제로 비밀번호가 얼굴, 지문(指紋) 인식으로 진화했고 이젠 홍채(虹彩) 인식까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생체 보안 경쟁의 선두에 선 것은 삼성전자다.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공개하는 '갤럭시노트7'에는 삼성 스마트폰 최초의 홍채 인식 기능이 탑재된다. 삼성은 이를 암시하듯 기자, 개발자 등에 보낸 공개 행사 초청장에 홍채를 연상케 하는 동그란 원(圓)을 그렸다.

IT(정보기술) 전문 블로그 등을 통해 유출된 갤럭시노트7의 사용 화면에도 이 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 스마트폰 잠금 화면은 기존의 패턴 그리기 방식과 더불어 홍채 인식을 통해 해제할 수 있다. '얼굴에서 25~35㎝가량 거리를 두고 화면을 바라보라. 두 눈을 화면에 표시된 두 개의 동그라미에 위치시키라'는 갤럭시노트7의 홍채 인식 안내 문구도 유출됐다.

홍채는 사람의 눈에서 중앙의 까만 동공(瞳孔)과 흰자위 사이에 존재하는 도넛 모양의 부분이다. 홍채 인식은 모든 사람의 홍채 패턴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생체 인증 기술이다. 쌍둥이조차 서로 다른 패턴을 갖고 있어 통계학적으로 DNA(유전자) 분석보다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홍채는 266개의 고유 패턴이 존재해 40개 정도의 특징으로 식별하는 지문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또한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고 외상(外傷)이나 아주 드문 질병을 제외하고는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존의 지문 인식 대비 강점이다. 다만 얼마나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인식되느냐에 확산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기반의 '루미아950'폰에 홍채 인식을 적용한 적이 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중국의 신생 스마트폰 업체 우미(Umi)가 '아이언(Iron)폰'에 홍채 인식과 심박 측정 기능을 탑재하고도 20만원대 가격에 출시하는 등 점차 홍채 인식은 대중화되고 있다.

홍채 인식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 아이리스’(왼쪽) /삼성전자 ·스마트폰 화면 어디든 손가락을 갖다 대면 지문을 인식하는 ‘글라스 일체형 지문인식 모듈’(오른쪽)

갤럭시노트7의 전면(前面)에는 홍채 인식을 위한 별도의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된다. 적외선은 사람의 눈에서 홍채 부분을 분리해 인식하고, 홍채 무늬를 0과 1 등의 숫자로 이진화해 분석한다. 이 내용을 기존에 등록했던 사용자의 홍채 코드와 비교해 본인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껴도 홍채를 인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5월 인도 시장에 선보인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 아이리스(iris)'에 홍채 인식 기능을 처음 탑재했다. 현재 인도 정부는 약 12억 인구의 홍채와 지문 정보를 등록하고 생체 인식 카드를 발급하는 아드하르(Aadhaa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 업무나 여권발급, 납세(納稅), 헬스케어, 교육 등 다양한 전자 정부 업무에 갤럭시탭 아이리스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올 하반기 V10 후속작인 V20(미정), 내년 초 G5 후속인 G6(미정)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홍채 인식과 진화(進化)된 지문 인식 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지만, 제품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과연 홍채 인식이 지문을 넘어 대세(大勢)가 될 것인지에 대한 시장 분석과 스마트폰 제조비 증가 등 사업성도 더불어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이 개발한 기술은 '홈버튼'과 같은 별도의 지문 인식부 대신 화면 어디든 손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지문이 인식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강화유리 뒷면에 0.3㎜(밀리미터)의 얕은 홈을 파고 그 안에 센서를 부착하는 초정밀 가공 기술을 적용했다. 별도의 지문인식 센서를 부착할 필요가 없어 디자인이 자유롭고 방수·방진도 용이하다는 것이 LG 측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지문인식 모듈의 전 세계 출하량이 2015년 4억9900만개에서 2020년 16억개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차 지문 인식이 보편화되는 것이다. LG 입장에선 진화된 지문 인식으로 삼성의 홍채 인식과 겨룰 가능성도 있다. 오는 9월 공개되는 애플의 아이폰7에 대해선 홍채 인식 등 생체 보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지문 인식이 대세인 가운데 홍채 인식이 점차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기술로 거론되는 음성 인식은 별도의 접촉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편리하지만 사용자에 따른 인식률 차이, 주변 잡음으로 인한 간섭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후지쯔는 노트북에 손바닥 정맥인식 기능을 탑재한 적이 있지만 모바일기기로 확산되는 추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트랙티카(Tractica)는 전 세계 생체인식 시장이 2015년 20억달러(약 2조2800억원)에서 연평균 25%가량 성장해 2024년엔 149억달러(약 17조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 헬스케어, 정부 부문이 이 같은 성장을 이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