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조선업체인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20일 조선업종 노조연대가 주도한 공동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조선업 위기는 파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뿐더러 명분 없는 파업에 동참할 이유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대형 조선업체 가운데 조선업종 노조연대의 공동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곳은 한진중공업이 유일하다.

김외욱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이날 "조선업계 전체가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파업은 한진중공업 조합원의 정신이나 이익에 부합하지도 않으며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파업을 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노사(勞使)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지, 파업은 위기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지난달에는 올해 임금·단체 협상을 회사에 전격 위임하기도 했다. 노조가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한 것은 1937년 회사 설립 이래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임단협 위임은 현재의 경영 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자는 의미"라면서 "전쟁에 가까운 수주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면 노조와 회사가 시간 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한때 강성(强性) 노조의 상징이었다. 198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까지 30여년 동안 거의 매년 파업을 벌였다. 특히 2011년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 점거에 이은 희망버스 사태와 2013년 노조원 자살에 이은 금속노조의 '시신(屍身) 투쟁'으로 극심한 분규를 겪으면서 2013년 6월까지 5년여간 단 한 척의 상선도 수주하지 못했다.

분규 이후 들어선 새로운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또 국내외 선사를 찾아다니며 "노조가 납기 준수와 품질을 보증할 테니 제발 건조를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한때는 파업이 능사(能事)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파업은 공멸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조합원이 공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강경 투쟁 대신 회사를 살리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