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과 감각을 총괄하는 대뇌(大腦)의 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뇌 지도'가 처음으로 완성됐다.

미국 워싱턴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210명의 대뇌피질(大腦皮質)을 살펴 기능 지도를 만들고, 담당하는 기능별로 180개의 영역을 구분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대뇌피질은 대뇌의 겉 부분이다. 사람의 행동·감각·의사결정 등이 대뇌피질에서 이뤄진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대뇌피질의 아래쪽 영역은 청각과 관련돼 있고, 앞쪽 영역은 시각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만 파악했다. 죽은 사람의 뇌를 해부하거나 동물실험로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세밀한 지도를 그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진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연구해 뇌 지도를 만들었다. 우선 MRI 촬영으로 건강한 청년 210명의 뇌 구조를 분석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거나 소리를 듣게 하고, 무언가를 만지게 하는 등 다양한 자극을 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대뇌피질의 어떤 부위가 반응하는지 파악했다. fMRI는 사람이 자극을 받을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보여주는 장비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영상을 뇌가 거의 기능하지 않는 잠잘 때의 fMRI 영상과 비교해 대뇌피질 지도를 완성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를 이끈 매튜 글라서 워싱턴대 교수는 "AI 프로그램이 여러 사람의 fMRI 영상을 분석해 스스로 규칙을 찾아내도록 하면서, 210명의 뇌 지도를 종합한 한 장의 정밀한 뇌 지도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완성된 뇌 지도는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구분했다. 시각·청각·운동감각 등을 담당하는 영역이 각각 다른 색깔로 표시됐고 자극에 반응하지 않거나 항상 반응하는 부분도 파악됐다. 특히 동일하게 감각을 담당하는 영역들 사이에도 자극에 반응하는 세기가 차이가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번 뇌 지도가 대뇌피질 기능의 97%가량을 파악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뇌피질 지도의 완성은 뇌과학 연구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시각을 연구하는 과학자나 의사는 이 지도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파헤치면 된다.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알츠하이머·파킨슨병·뇌졸중 등 뇌와 관련된 질병은 대부분 대뇌피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뇌 지도가 중요한 연구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