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과 과학기술 동향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유럽 현지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는 국내 기업과 연구소를 위한 유럽 거점입니다."

독일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에 위치한 KIST 유럽연구소는 한국 정부가 해외에 설치한 유일한 과학기술 연구소이다. 1996년 설립돼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70여명의 연구원과 학생들이 이곳에서 연구하고 있다. 최귀원(58·사진) KIST 유럽연구소장은 20일 "20년간의 노력 끝에 이제 독일은 물론 유럽 과학기술계의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생체역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최고의 의공학(醫工學) 전문가이다. 2014년 KIST 유럽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최 소장은 "연구소 주변에 막스플랑크·프라운호퍼·헬름홀츠·라이프니츠 등 독일 4대 연구협회의 연구소들이 집결돼 있어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교류를 할 수 있다"며 "독일이 강점을 지닌 환경과 스마트 공장 분야에서도 함께 연구할 게 많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KIST유럽연구소는 최근 지멘스·보쉬 등 독일 기업들이 주축이 된 '스마트 공장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최 소장은 "독일의 첨단 연구 기법을 벤치마킹해 한국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환경 연구에서도 유럽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각종 제품에 대한 환경 규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다는 것. 최 소장은 "많은 기업이 KIST유럽연구소에서 제품 인증 등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연간 8000억원어치의 화학 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는 롯데정밀화학은 아예 KIST유럽연구소 안에 별도 연구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