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법으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기에도 벅찬 일부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들에게는 별도의 더 낮은 최저임금을 설정,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자는 경영계의 제안이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차등'이란 예컨대 내년도 최저임금이 6400원이라면 일부 영세업종에 한해 6200원 정도의 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경영계가 제안한 업종은 편의점, PC방, 주유소, 이·미용업, 택시, 경비 등 여섯 업종이다. 대부분 수입이 적고, 임금 지급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내 1900만 근로자 중 70만명 정도가 이 업종들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최저임금법 제4조에서는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영세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반만 적용하거나, 아예 별도의 인상률을 결정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세업종 종사자들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일부 영세업종은 최저임금이 이미 사업주의 지불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오르는 바람에 사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조정이 없으면 사업주가 불가피하게 인력을 감축하거나 기계를 도입해 오히려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에선 "최저임금이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와 모순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업종의 최저임금이 더 낮아지면 이 업종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대기업 종사자 간의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며 "법적으로 임금 격차 확대를 조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올해에는 최저임금을 정할 때 업종별 차등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차등 업종을 선정하려면 면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한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다. 그러나 내년 이후에는 도입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고 있는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업종 경쟁력에 맞는 개별 최저임금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