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VISA)카드가 최근 국내 카드업계의 한국형 모바일 지불결제 근거리무선통신(NFC) 규격을 제정하는 데 자사의 규격을 적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비자카드는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비자 브랜드가 찍힌 카드 발급을 허가할 수 없다고 국내 카드사에 통보했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마그네틱방식이든 NFC방식이든 관계없이 비자 브랜드가 붙은 카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쓸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규격이 적용되는 카드는 이러한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카드업계는 ‘모바일 협의체(가칭)’를 구성하고 한국형 NFC 결제 규격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협의체는 이르면 하반기 중 8개 카드사의 공동 NFC 결제 인프라를 보급할 예정이다. 국내엔 현재 표준화된 NFC규격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모바일결제 생태계는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 등 5개 카드사가 속한 앱카드 진영과 하나·BC카드 등 유심 기반의 모바일카드 진영으로 나뉘어져 각자 경쟁을 하고 있었다. 하나카드와 비씨카드가 앱카드 진영에 참여하고 ‘모바일 협의체’로 이름을 변경해 출범하는 협상이 7월 중순 중 마무리된다.

해외 결제 용으로 비자카드 브랜드가 찍힌 카드들

◆ 카드업계 “비자카드의 NFC 규격 사용하면 추후에 수수료 부과 걱정”

카드업계가 비자카드의 NFC 규격을 사용하게 됐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우려하는 점은 수수료 부과 가능성이다. 카드업계가 힘을 모아 독자 NFC 결제 규격을 마련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카드사의 핀테크 담당자는 “독자적인 NFC결제 규격을 마련하면 비자·마스터 등 해외 NFC 결제 규격을 보유한 브랜드의 결제 규격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서 해당 업체들에 로얄티를 줄 필요가 없다”면서 “이 와중에 비자카드가 자사의 표준을 따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비자카드의 권고에 대해 국내 카드사의 국제업무 담당 관계자는 “사실상 NFC 독자 규격을 제정하지 말고 비자카드의 규격을 따르라는 말”이라며 “비자카드가 우월한 시장 지위를 이용해 조항을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국내 카드사들에 불합리한 권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국내 카드사들에 자사의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계약 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만 해외 이용 수수료 인상 강행

국제 결제 인프라를 보유한 거대 기업인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통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자카드는 내년 1월부터 국내 카드이용자에 대해 해외 결제 수수료도 기존 1.0%에서 1.1%로 0.1%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라고 각 카드사에 통보했다.

해외 여행지나 해외 쇼핑몰에서 비자 마크가 찍힌 카드를 통해 100만원을 결제했다면 소비자가 내야 하는 비자 수수료가 기존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1000원 오르는 것이다. 해외 분담금과 각종 데이터 처리 수수료 등 카드사가 비자카드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오른다.

비자카드는 한·중·일 3개국 중 한국에만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이는 국제 브랜드사인 ‘유니온페이’를 보유한 중국과 ‘JCB’가 있는 일본과 달리 국제 브랜드사가 없어서 비자카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