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딱 10만원 가지고 가서 프랑스 사는 친구에게 돈을 보낸다고 칩시다.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그 친구는 우리 돈으로 5만~6만원 남짓한 돈을 받을 겁니다. 반면 '하이픈' 서비스를 이용하면, 친구가 손에 쥐게 되는 돈은 9만3000원가량이 될 겁니다."(유영석 코빗 대표)

국내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Korbit)'의 공동창업자 유영석(35) 대표와 김진화(40) 이사는 최근 전 세계 핀테크(금융과 IT의 결합) 기업들과 함께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해외 송금망(網) '하이픈' 구축에 나섰다. 해외송금은 건당 3000달러, 1인당 연간 2만달러까지 핀테크 업체가 중개할 수 있어 이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은행을 통해 해외로 돈을 보낼 때는 송금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떼가는 수수료와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망을 이용하는 대가인 전신료를 내야 한다. 전신료는 보내는 금액과 상관없이 1건당 5000~8000원이어서 소액을 송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다.

국내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코빗’의 공동창업자 유영석(왼쪽) 대표와 김진화 이사가 해외 송금망‘하이픈’구축에 나섰다. 이들은 200여 개 나라에서 1만여 개의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에 필적하는 해외 송금망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반면 이 회사의 송금 서비스 '하이픈'은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망을 이용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이용해 비용을 줄인다. 비트코인이란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가상 화폐를 말한다. 김 이사는 "100만원 이상의 돈을 보낼 땐 큰 차이가 없지만, 10만~20만원의 소액을 보낼 땐 비용이 몇 배나 차이가 나는 데다, 송금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도 며칠에서 몇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프랑스·독일·중국 등 24개 나라에 유로화 등 6개 통화로 돈을 보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들은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1만1000여개에 달하는 금융회사가 이용하는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망과 경쟁하겠다는 이들의 포부를 밝혔다. 쉽진 않겠지만 코빗의 창업 과정을 보면 가능성은 엿보인다. 미국 쿠퍼유니온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런던대 대학원에서 금융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유 대표는 2010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킥스타터'를 본 따 '업스타트'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첫 창업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당시 유 대표는 '비트코인 지갑'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비트코인에 주목했고, 한 스타트업 모임에서 만난 김 이사와 의기투합해 2013년 초 국내에선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비트코인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강의를 다녔고, 김 이사는 국내 최초의 비트코인 해설서까지 출간했다. 이런 노력 끝에 코빗은 소프트뱅크벤처스, SK플래닛 등 유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360만달러(약 4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3만명의 회원이 하루 4억원가량의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회사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