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하락 따른 수출 부양 효과는 논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가 올 여름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가까스로 반등했던 파운드화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날 유럽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전일 대비 0.8% 하락한 1.332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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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카니 총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올 여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했다. 카니 총재는 이어 “영란은행은 영국 경제를 부양하고 은행 체제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도구를 갖고 있다”며 “정책 도구에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 재도입도 포함된다”고 밀했다.

그레디트아그리꼴의 바실리 세레브리아코브 외환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이렇게 빨리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며 “올 연말 파운드화가 1.29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통화 가치도 함께 하락한다.

파운드화는 지난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결정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최고 1.5달러까지 올랐던 파운드화 가치는 27일 1.3118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31년 만에 최저치다.

WSJ는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브렉시트의 경제적 정치적 효과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스코샤 뱅크의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를 통해 “국민투표 결과에 따른 파운드화 하방 압력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FT는 애널리스트를 인용 “파운드화 가치가 1.2달러에서 1.25달러까지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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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카니 총재는 파운드화 하락으로 불확실성으로 위축된 영국 무역 활동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운드화 하락에 따른 영국 경기 부양 효과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네빌 힐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해외에 수출하는 제조 및 서비스 산업은 초고부가가치산업이기 때문에 가격이 민감하지 않다”며 “수출 규모 측면에서 2007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운드가 급락했지만 큰 영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영국과 일본을 봐야 한다”며 “파운드화 약세로 영국민의 수입소비재에 대한 수요 감소로 오히려 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FT는 “통화가치 하락은 수입 소비재와 에너지, 자본상품의 가격 상승을 야기해, 결국에는 실질 소득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영국의 기업 투자는 이전과 비교해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