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라인으로 VR 공모전 작품들을 심사한 샤우나 헬러는“미국과 한국의 VR 기술 수준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응모자 중에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복잡한 이슈를 VR(가상현실)로 접근한 작품이 여러 점 눈에 띄었다. 관광 명소(서울 이화동 벽화마을)를 다루면서도 그냥 겉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관광객을 관찰하는 식이다. 대상 수상작 '평행 우주' 역시 시간 여행, 또 다른 자아에 관한 작품이다. 자기의 생각, 관점을 표현하고 공유하길 즐기는 게 한국 창작자들의 특성인 것 같다. 최종심에서 23편을 심사하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샤우나 헬러(40) '클레이파크VR'(VR컨설팅·제작사)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살며 팰로앨토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다. 대표적 IT 도시 거주자답게 그는 IT, 영상 전문가다. 조선일보·삼성전자 주최 'VR공모전'에 최종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헬러는 30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들 자유는 있지만 보여줄 공간은 많지 않았던 VR 창작자들에게 한국의 최고 미디어와 최고 IT 기업이 함께 주최한 공모전은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모션캡처 등 영화 특수효과 부문 회사로 성공한 그는 오큘러스에서 VR 콘텐츠 프로젝트를 맡는 등 미국 내 손꼽히는 이 분야 개척자다. 오큘러스는 VR 업계 선두 주자로 페이스북이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왜 VR이었을까. "내가 VR을 택한 게 아니라 VR이 나를 선택했다"는 헬러는 "2013년 초 오큘러스의 DK1 기어를 썼을 때 금방 알았다. '이건 절대 평범한 경험이 아니다. 시청자와 콘텐츠를 이렇게 밀착시키는 방식은 없다.' VR은 인류의 지식 체계를 가장 방대한 규모로 습득시켜 주고 사람을 살리는 일까지 하게 될 것이다. 이게 현재의 내 과제이고 좀 심각하게 말하자면 인생의 과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360도 화면으로 보여지는 VR 영상은 현장으로 빨려드는 느낌을 주지만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문제는 언제쯤 해소될까. "과장이 아니라, 매일 매일 VR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작가, 소설가들도 VR 카메라를 사고 있다. 당연히 관련 기업들의 연구 속도도 빨라졌다. '몇 월 며칠부터'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말 단시일 안에 극복될 것이다. 안정적인 시선 이동을 유도하는 VR 촬영 기본만 지켜도 어지럼증 문제는 크지 않다." 그는 "이번 공모전 응모작 중에도 '촬영 대상은 8피트(2.4m) 내 위치시킨다'는 VR 촬영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작품이 있었다"고 했다. 거리가 너무 멀면 몰입감이 떨어지고 카메라 워킹이 거칠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한국의 VR 제작 수준에 대해 헬러는 "많은 엔지니어에 할리우드 인력까지 가세한 미국이 가장 앞서고 프랑스와 영국도 신생 리더다. 하지만 이번 공모전을 보니 한국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헬러는 "올 연말부터 내년 사이 VR의 어마어마한 변화가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다고 했다. VR은 이제 곧 개화기를 맞을 거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