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가치를 위해 수도 이전을 포함해 국가 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결정을 했다. 그 중 하나가 10조원 이상을 들여 10개 지역에 혁신도시라는 이름의 신도시를 건설해 모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이다.

균형발전은 중요한 가치이다. 문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태이다. 개인들은 어쩔 수 없이 본사 이전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지만 맞벌이 시대에 가정이 다같이 옮겨가기는 힘들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70~80% 정도는 가족과 떨어져 주말마다 오르내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몇 가족이 그 지역 주민이 되었는지 파악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다지 경제적 여유도 없다 보니 주중에는 3~4명이 한 집에서 생활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정신적, 경제적, 체력적으로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공기관 직원들의 삶이 피폐해져 비효율은 물론이고 정상적으로 공적인 봉사를 할 것 같지 않다. 혁신도시마다 정신심리 상담센타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현실적으로 이주가 불가능한 사람들을 강제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의 처지는 모르겠다는 식이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동남권 공항 건설도 마찬가지이다. 전임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며 없던 일로 한 것을 지난 대선을 거치며 양 캠프에서 지역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드디어는 양 지역의 정치인들이 나서 겁박을 하며 거의 집단 패싸움 수준의 갈등을 일으켰다.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그때 그때 다른 타당성의 근거를 만들어 주는 전문기관은 더 한심하다. 양양, 무안 공항의 수요 예측을 현재 수요의 20배 가까이나 뻥튀기 했다. 그러고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국의 전문 기관을 불러들여 무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김해공항 확장으로 최대 6조 정도의 예산을 절약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 이후에도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국회 및 청와대도 이전해야 한다”거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개헌해야 한다”는 등 국론 분열과 국가적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는 이슈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브렉시트 등 엄중한 국제 환경 속에서 언제 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치권이 국가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상처를 계속 헤집고 있다.

지방자치 이후 지역 정치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지역마다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고, 준비도 안된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F1경기장 건설과 같은 타당성 없는 사업을 벌리고, 랜드마크를 만든다고 호화청사를 짓고 있다.

이 모두가 과시형 사업으로 재정을 파탄내거나, 더 필요한데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더 발전돼야 한다고 믿지만 이런 행태들 때문에 정치인을 지자체장으로 뽑는 데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국가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국가의 한정된 재원을 경쟁력을 올리는데 써도 시원치 않을 판에 국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나서 위세를 과시하거나 지역의 표를 의식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공기관의 구조조정을 독려해야 할 부처의 장차관 출신 국회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고 난 후에는 구조조정하고 있는 공기관장에게 왜 자기 지역의 지역사무소를 통폐합시켰느냐고 압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분열을 수습하기는커녕 분란만 일으키고, 국가의 재원과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