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뱅킹 사용자 확산과 다양한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 서비스 출시로 위기를 느낀 은행들이 ‘모바일 전문 은행’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모바일 은행’은 특정 은행과 거래한 적 없는 사람도 은행 지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만든 다음 송금·이체·출금·대출 등 다양한 은행 거래를 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28일 지점 방문 없는 계좌 개설과 간편 송금·환전 서비스 등의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은행 서비스인 ‘리브(Liiv)’를 내놓았다. 이보다 앞서 우리은행이 ‘위비뱅크’, 신한은행은 ‘써니뱅크’, KEB하나은행은 ‘원큐(1Q)뱅크’를 출시하고 중금리 대출, 모바일 환전 등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세우며 모바일 은행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은행은 비용을 절감하고 금융 소비자의 편의는 올라간다는 점에서 ‘모바일 은행’은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로 여겨지지만, 한편으론 기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이미 출시한 서비스들과 겹쳐 또 다른 ‘레드오션’으로 치닫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은 모바일 은행, 신한은 ‘인공지능 대출’

국민은행이 28일 출시한 ‘리브’는 ‘모바일 생활 금융 플랫폼’이라고 직접 붙인 별명처럼 생활과 금융의 접목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모임 회비 및 일정 관리가 가능한 ‘리브 모임’, 경조사 일정과 비용 관리를 할 수 있는 ‘리브 경조사’, 젊은 직장인 사이에 보편화하고 있는 더치페이를 도와주는 ‘리브더치페이’ 등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돈거래’를 스마트폰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리브 더치페이’의 경우 각각 내야 할 돈 계산, 입금 요청 메시지(카카오톡) 전송, 밥값 송금 등 모든 과정을 앱 안에서 진행할 수 있다. ‘리브’ 가입자끼리는 공인인증서·보안카드 없이 카카오톡에 등록된 이름만 알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리브’는 ‘생활하다’는 뜻의 ‘live’에서 음을 따온 조어(造語)이자 ‘라이프스타일링·융합·흥미·가치(life-styling·integrated·interesting·valuable)’의 영문 앞글자를 딴 약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생활 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장해 ‘리브’를 생활 금융의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모바일 은행은 저금리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해 비용이 덜 드는 서비스 개발이 시급해진 데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지점에서만 가능했던 계좌 개설을 비(非)대면 개설까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28일 국민은행의 모바일 은행 출시로 ‘전국구’ 은행 중 농협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국민·기업·신한·우리·KEB하나)이 모바일 은행을 구동하게 됐다.

신한은행 모바일 은행 ‘써니뱅크’(지난해 12월 출시)가 인공지능으로 신용 평가를 하는 중금리 대출을 28일 내놓고, 우리은행이 모바일 은행 ‘위비뱅크’ 안에 있는 메신저로 국내 간편 송금에 주로 쓰이던 ‘위비톡’을 최근 해외 송금으로 확대하는 등 모바일 은행 서비스는 인공지능·블록체인(디지털 화폐 거래 기술) 같은 첨단 기술과 결합하며 계속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 영역 침식

은행들의 ‘모바일 변신’은 금융 경쟁력 강화와 이용자 편리성에선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바일 은행이 ‘새로운 기능’이라며 내놓는 서비스 중 상당수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이미 출시한 기술과 겹치거나 오히려 한 단계 뒤져 있어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내 출범 예정인 인터넷 전문 은행이 제공할 서비스와 시중 은행이 내놓는 모바일 은행 서비스의 상당수가 겹쳐 인터넷 전문 은행의 특장점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업 관계자는 “지난해 인터넷 전문 은행 2곳(카카오뱅크·케이뱅크)이 예비 인가를 받을 때만 해도 모바일 중금리 대출, 모바일 간편 결제 등 사업 모델이 특이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그 사이 시중 은행들이 모바일 은행을 통해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어 인터넷 전문 은행이 지점만 못 내는 색깔 없는 은행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28일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 할 수 있고, 간편하게 송금이나 환전 등이 가능한 모바일 은행 리브(Liiv)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왼쪽)이 광고 모델인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김청하와 함께 리브를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GIJA] 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