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버스가 디젤 버스보다 2차 미세먼지를 더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디젤 버스를 줄이고 천연가스 버스를 확대한다는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부 대기자원국 소속 재미 과학자 나광삼 박사가 최근 공개한 ‘디젤 버스와 천연가스 버스의 배출 가스 비교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삼원촉매가 장착된 천연가스 버스가 2차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암모니아를 디젤먼지필터(DPF)와 산화촉매(DOC)가 장착된 디젤 버스보다 약 200배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범정부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지난 6월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로에서 차량이 오가고 있다. 이날 정부는 노후화된 디젤 차량 조기 폐차와 노선 디젤 버스를 천연가스(CNG) 버스로 점차 대체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암모니아가 미세먼지는 아니지만 대기중에 있는 황산과 화학반응을 하면 2차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황산암모늄으로 바뀐다. 천연가스 버스가 내뿜는 암모니아가 2차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버스가 디젤 버스보다 미세먼지를 적게 만든다는 단순한 논리는 과학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나광삼 박사는 “분석 결과 삼원촉매가 장착된 천연가스 버스가 DPF와 DOC가 장착된 디젤 버스보다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DPF가 장착된 디젤 버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10개월 간의 실험...천연가스 버스가 디젤 버스보다 암모니아 배출량 월등히 많아

이번 연구는 2015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주행거리 5만4000마일(8만6904km), 11만마일(17만7027km)인 디젤 버스 2대와 주행거리 7만1000마일(11만4263km), 11만2000마일(18만246km)인 천연가스 버스 2대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진은 준비한 버스 4대를 2종류의 동일한 주행코스로 수차례 반복적으로 몰면서 1마일 마다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입자,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양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천연가스 버스가 디젤 버스보다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입자를 적게 배출했다. 질소산화물의 경우 디젤 버스의 배출량이 천연가스 버스의 배출량보다 약 1.2~1.9배 많았다. 미세먼지 입자도 디젤 버스가 천연가스 버스보다 약 2배 가량 많이 배출했다.

문제는 천연가스 버스의 암모니아 배출량이 디젤 버스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디젤 버스의 경우 암모니아 배출량이 극히 미미했지만 천연가스 버스의 암모니아 배출량은 1마일당 약 1.6~2.3g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모니아는 2차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질산암모늄과 황산암모늄을 생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대기중의 질산과 황산은 암모니아와 반응해 질산암모늄과 황산암모늄으로 변한다.

황산은 자동차 연료(휘발유, 경유, 천연가스)에 포함된 황이 연소과정에서 이산화황으로 바뀐 뒤 대기중에서 화학반응으로 생성된 산화제와 반응해 생성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연가스 버스가 배출하는 이산화황은 디젤 버스보다 약 2.5배 많은 것으로 관찰됐다. 천연가스 버스가 주요 2차 미세먼지인 황산암모늄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이산화황과 암모니아를 디젤 버스보다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생성 과정에 따라 1차 미세먼지와 2차 미세먼지로 나뉜다. 1차 미세먼지는 자동차나 공장 굴뚝, 발전소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다. 2차 미세먼지는 대기중에 있던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적으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2차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과 양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광삼 박사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 대기를 측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먼지) 평균농도(43.5마이크로그램/m3)에서 2차미세먼지인 질산암모늄과 황산암모늄이 각각 20%를 차지했다”며 “2차 미세먼지에 국한해서 보면 천연가스 버스가 디젤 버스보다 미세먼지 저감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국 대기자원국 연구진이 실험하는 데 활용한 디젤 버스(왼쪽)와 천연가스 버스.

◆ 디젤 자동차 ‘매연저감장치(DPF)’ 연구개발과 수시 점검 필요

연구진은 미세먼지 주범으로 알려진 디젤 버스를 줄이고 천연가스 버스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디젤엔진 자체에서 미세먼지 생성을 최소화하는 연소 및 운전 조건과 매연저감장치(DPF)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DPF를 장착한 디젤 자동차의 배출 가스에 포함된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에 비해 약 2~10% 수준이기 때문에 DPF 장착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디젤 자동차에 장착된 DPF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광삼 박사는 “DPF가 망가지거나 손상될 경우 DPF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디젤 자동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량의 약 20~50%에 해당하는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때문에 DPF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를 천연가스 버스가 디젤 버스보다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주목했다. 디젤 버스의 1마일당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0.03~0.12g에 그쳤지만 천연가스 버스의 1마일당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20~42g에 달했다.

연구진은 “일산화탄소는 미세먼지 생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천연가스 버스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량은 디젤 버스에 비해 현저히 많다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며 “각 지역의 대기 특성과 그 지역의 대기정책 목표를 고려해 천연가스 버스를 선택할지, 디젤버스를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하며 천연가스엔진과 디젤엔진 모두에 대해 지속적으로 유해성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개발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