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온몸의 혈관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인체 기관이다. 심장에 있는 ‘동방결절’이라는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전기신호가 발생하는데 이 신호에 따라 심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는 원리로 혈액을 펌프질해 혈관으로 보낸다.

만일 심근육 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심근세포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괴사한다. 이 때 동방결절의 세포도 손상받는데, 동방결절이 제기능을 못해 전기신호 전달이 막히면 심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증이 발생한다. 최초 진단 후 30~40%가 1년 내에 사망하는 심부전증의 국내 환자수는 작년 12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연구진이 심부전증 등 심장질환 환자의 치사율을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심장 자극기’를 개발했다.


김대형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 사진) 연구팀은 은나노선과 고무를 소재로 한 '소프트 심장 자극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심장 자극기는 심장 외부를 감싸는 그물망 형태의 전극이다. 심장 전체에 전기 자극을 전달해 심장의 수축을 돕는다.

실험용 생쥐 심장에 감싼 그물망 형태의 심장 자극기(왼쪽). 연구진이 개발한 심장 자극기의 심전도 측정 결과(오른쪽 제일 위 그래프)가 기존 심장 자극기의 심전도(오른쪽 아래 2개의 그래프)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기존의 심장 자극기는 전극이 닿는 심장 일부분만 자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불규칙적인 심장 박동을 유발해 심장마비나 부정맥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연구진은 기존 심장 자극기의 단점과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고전도성을 유지하는 전극을 만들기 위해 은을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실처럼 만든 뒤 금으로 둘러싸 은의 독성을 차단했다. 은은 휘어지거나 늘어나도 전기를 잘 전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전극물질로 활용된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은나노선을 고무 소재와 섞어 심장 외부를 안정적으로 감쌀 수 있는 구조로 심장 자극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 심근경색이 일어나도록 한 뒤 개발한 심장 자극기를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심장 자극기는 심장의 전기신호를 정확하게 읽고 미세한 전기 자극으로도 심장이 효과적으로 수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대형 서울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심장 자극기가 큰 동물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향후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까지 진행해 심장질환 환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