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시행되는 '감정평가 선진화 3개 법안'을 두고 한국감정평가협회와 한국감정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감정평가란 부동산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일로 그동안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과 민간 감정평가사들이 시장을 양분해왔다.

조선일보 DB 제공

22일 감정평가협회는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서 감정평가사 5000여명이 참여한 '제2차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지난달 17일에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1차 집회를 연 이후 두 번째다.

감정평가협회는 "감정평가 선진화 3개 시행규칙 제·개정안은 한국감정원에 감정평가사의 평가 내용을 마지막에 검증하는 권한을 준 것으로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1월에 공포한 감정평가 선진화 3개 법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한국감정법 3개에 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감정평가 관련법 제·개정에 나선 것은 한국감정원의 공적 역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감정원은 지난 1969년에 설립된 이후 감정평가업무를 맡아 왔는데 1989년 감정평가사 제도가 도입되고 2000년쯤 대형 법인들이 생기면서 민간시장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오는 9월부터는 한국감정원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조사·평가하는 업무를 전담하고 감정평가업무는 감정평가사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한국감정원과 양분하던 감정평가 업무를 민간이 전담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는 제·개정안의 세부 내용 때문이다.

감정평가협회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내용은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사들이 작성한 담보평가서를 검토하는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다.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감정평가사들의 업무를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평가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불합리한 조치라고 협회는 주장했다.

감정평가협회는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 업무에서 손을 뗀다고 하면서, 자격증을 가진 감정평가사가 해놓은 업무를 평가하는 역할을 하게 됨으로서 평가사 자격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른 법령에 근거가 없는 새로운 권한을 감정원에 부여한 것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담보평가서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공공성을 가진 한국감정원이 평가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0년간 거래가 없는 토지의 감정가를 부풀려 농협으로부터 100억원대 대출을 받은 사기대출 조직과 농협 직원, 감정평가법인 대표 등 31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 업무에서 손을 떼는 만큼 현재의 기관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현재의 인력과 조직을 개편할 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