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동고동락해주는 '내 편'이 절실
편이 된다는 것은 함께 땀 흘리며 뛰는 것
내 편 만들기는 이(利), 꿈, 정이라는 삼겹층에 비례

‘누나’ ‘언니’란 건배사를 아는가? 누나는 “누가 나의 편인가”란 뜻이고, 언니는 “언제나 니편”을 줄인 말이란다. 리더들에게 이 건배사가 먹히는 것은 여전히 내 편을 만들고, 내 편인가 확인하고, 언제까지나 내편이었으면 하는 리더의 심리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리더들은 내 편을 만들고, 내 편인가 확인하고, 언제까지나 내 편이었으면 하는 심리가 있다.

◆ 우리는 ‘영원한 내 편’ 인 평생 함께 땀 흘리며 뛸 동지가 필요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계춘할망’의 카피는 ‘당신에게도 있나요, 영원한 내 편’이다. ‘언니 누나’의 건배사나 ‘영원한 내 편’ 모두 내 편이 아쉽고 그립다는 세태의 반영일 것이다. ‘내 편’이란 것은 어떤 뜻일까. 영역하면 그 의미가 더 적실히 다가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에게 지지를 표명하며 한 말이 “나는 그녀 편이다(I'm with her)이다.

'편이 된다, 편을 먹는다'는 것은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고 함께 뛴다는 의미다. '잘해보라'며 방관하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함께 땀흘리며 뛰는 것이다.

실제로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에 결정적 힘이 된 것은 돈보다 사람, 내 편을 들어준 동지"라고 말한다. 아군과 적군, 적과 동지가 혼재하거나, 분간하기 힘든 때일수록 리더는 '언제나 당신 편'이라고 외치며 동고동락해주는 '동지같은' 부하가 그립다.

◆ 의심가는 내 편은 확실한 적보다 두렵다

말로만 충성의 면종복배가 아니라 ‘간과 쓸개를 서로 꺼내서 대볼 수 있는’ 진정한 내 편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어제의 동지’가 치는 뒤통수는 아프다 못해 아리다. 아첨에는 휘둘리지 않지만 배신에는 내적으로 휘둘린다. 의심이 가는 내 편은 확실한 적보다 두렵다.

대부분의 리더들이 ‘배신’의 배(背)만 나오면 필요이상으로 푸르르 떨고 파르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등신은 견딜망정 배신은 좌시하지 못한다며 어금니를 악문다. ‘브루투스 너마저’ 외마디를 남기며 쓰러져간 시이저의 최후는 많은 리더들에게 최악의 트라우마다.

팔목의 팔을 잡아주는 내 편인지, 내 발목을 잡는 적인지 헷갈릴 때 진이 빠진다. 힘이 빠지면 '밥과 휴식'이 약이지만, 진이 빠지면 약도 없다. 때론 충신이랍시고 "아니옵니다'고 내놓는 반대가 건설적 직언인지, 공개적 저항인지 의심이 들면 고민에 빠진다.

내 편, 니 편할 때 쓰는 '편'은 한자로 편(便)이다. 편은 사람 인(人)과 고칠 경(更)이 합쳐진 글자다. 경은 말과 소등을 길들이는 채찍을 뜻한다. 여기에서 사람이 말과 소 등 가축을 도구로 편리하게 길들이는 것을 뜻한다. 내 편을 만든다는 것은 결이 나게 길들이는 것이다. 내 편은 공짜로도, 강짜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상과 보답의 상호거래를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는 내 편 만들기의 기본이다.

◆ 마오쩌뚱과 저우라이언은 꿈이 같았다

'길들이기'는 다수 대 다수의 일반적인 관계에서 1대 1의 특수한 관계로 진화함을 뜻한다. 궂을 때나 맑을 때나 내 곁에 있어줄 내 편을 만들 방법은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이익으로 묶는 것이다. 예컨대 상사가 보상을 줄 수 있다고(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라도) 기대할 때 구성원은 충성을 서약한다. 보상과 보답의 상호거래를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는 내 편 만들기의 기본이다.

여기에서 그치면 '불안한 동침'이다. 결국 배신으로 파탄나기 쉽다. '보상의 탄환'이 바닥날 때, 구성원은 매정하게 충성을 끊기 때문이다. 임기 말기 리더들이 종종 '왜 나는 충신이 없는가' 한탄하곤 한다. 이는 거래 이상의 명분, 가치관을 같이 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다.

둘째는 꿈, 즉 이념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리더는 신하의 능력으로, 신하는 리더의 권력을 이용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상부상조의 관계다. 중국의 마오쩌뚱과 저우언라이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상하관계였지만 이면적으로는 공조 관계였다. 저우언라이의 명성과 인기는 퉁명스럽고 현실적인 상관인 마오쩌둥을 앞질렀지만 결코 추월하려 하지 않았다. 공유가치가 같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마오쩌둥이 앞서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란 것을 저우언라이는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아랫사람의 사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어라

셋째는 정으로 엮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거나 어려운 시기 도와줬다는 정으로 엮는 것이다.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로 감동시켜 내 편을 만드는 것이다. 모중소기업의 L사장은 자신의 홍위병이라 칭하는 이너서클을 운영한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해결해준다. 예컨대 전세값이 올라 고민이면 부동산전문가를 섭외해 정보라도 해결해주고, 소액대출을 알선해준다든지, 직원의 부모님이 아프시면 아는 의사를 나서서 연결해준다던가 하며 발벗고 나서는 것이다. 내 편의 연대 강도는 감동의 강도에 비례한다.

요컨대 내 편만들기는 이(利), 꿈, 정이라는 삼겹층에 비례한다. 리더인 당신, 지금 몇겹으로 내 편을 만들고 있는가. 혹시 공염불의 누나(누가 나의 편인가)만 외치고 있지는 않은가.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