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당산동의 2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계약 기간은 2년, 전세 보증금은 3억7000만원이었다. 아파트 매매가(6억원) 대비 전세가율이 62% 정도로 많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은행에서 1억9200만원 주택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찜찜했다. 주택 담보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5억6200만원)이 매매가의 94%에 달했다. A씨는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142만원을 내고 전세금 보장 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전세 보증금은 대출까지 끼고 마련한 전 재산이라 안전하게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세가 폭등으로 '전세금 보장 보험' 가입자 급증

최근 초저금리에 따른 전세 품귀(品貴) 현상으로 전세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세금 보장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세가가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속칭 '깡통 전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세금 보장 보험은 전세 보증금과 계약 기간에 따라 보험료를 내면 전세 보증금 전액 또는 일부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월세를 낀 반(半)전세 계약자도 가입할 수 있다. 현재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판매하고 있으며, 각 회사 지점과 인터넷 홈페이지(공인인증서 로그인)에서 가입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품은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광주은행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

19일 SGI서울보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 회사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가입 건수는 4697건, 가입 금액은 7784억72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가입 건수는 24%, 가입 금액은 60%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판매하는 전세금 보험도 올해 1분기 가입 건수가 지난해 1분기보다 5배가량(685→4087건) 늘었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올 들어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70%를 훌쩍 넘어서면서 상품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 4월부터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전세금 보험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가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금 보험, 전세가율·선순위 채권 등 고려해 가입해야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품은 전세 보증금이 수도권 4억원 이하, 그 외 지역은 3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다. 반면 SGI서울보증 상품은 전세 보증금 액수와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료는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 모두 '전세 보증금×보증 기간'에 특정 보증료율(또는 보험요율)을 곱한 금액을 받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료율은 주택 형태와 상관없이 0.15%로 SGI서울보증 상품보다 낮다. SGI서울보증 상품의 경우 아파트를 전세금 3억원에 2년 계약했다고 했을 때 115만2000원(3억원×2년×0.192%)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아파트 이외의 주택은 보증료율이 0.218%로 조금 더 높다. 단 집을 담보로 한 채무(선순위 설정 최고액)와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 값(추정시가)의 50% 이하면 보증료율을 30% 할인해주고, 60% 이하면 20% 할인해준다.

보증료율이 높은 대신 SGI서울보증 상품은 보증금 전액을 보장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품도 거의 대부분 보증금 전액을 보장하지만, 주거 형태나 집을 담보로 한 기존 채무 금액에 따라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에 보험료를 내야 하는 SGI서울보증 상품과 달리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품은 보험료를 6개월 단위로 나눠 낼 수 있다.

전세금 보험은 깡통 전세나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불이행 사태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금융상품이지만, 필수로 가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낮거나 담보 잡힌 채무가 없는 집이라면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경매 낙찰가가 보통 시세의 85~90% 정도이기 때문에 보증금과 기존 융자를 합한 금액이 집 값의 80%를 넘지 않는다면 보험 가입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