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인간 하면 흔히 기계나 로봇을 떠올린다. 사람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초인적인 힘과 능력을 자랑하는 인조인간은 SF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단골 손님이다. 19세기 천재 여성 작가 메리 셸리(Mary Shelley)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소설의 고전으로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 등의 모티브가 됐다.

최첨단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상상이나 허구로만 존재했던 인조인간이 현실화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하얼빈 의과대학 정형외과의 렌 샤오핑 교수는 사람의 머리를 다른 몸체에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을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라고 최근 외신을 통해 밝혔다. 렌 교수는 1999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손을 세계 최초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며 쥐의 머리를 다른 쥐의 몸체에 이식하는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한 바 있다.

프랑켄슈타인 상상도

미국 과학자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과 올해 5월 하버드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인간 DNA 합성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논의했다. 인간 DNA를 원하는 대로 합성하는 ‘제2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및 미국 과학자들의 시도는 생명체를 조작하고 합성하는 것이다. 생명과학 연구 윤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년 내에 이같은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머리에 몸체 이식 수술 구체화...전문가들 “윤리에 어긋난 무모한 도전”

렌 교수는 6년 전 친구와 레슬링을 하다 부상을 당해 사지 마비 장애인이 된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몸체를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렌 교수는 “현재 팀을 꾸려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뇌사 상태인 환자 등 몸체 기증자가 나오고 준비가 되면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렌 샤오핑 교수가 생쥐의 머리를 다른 생쥐 몸체에 이식한 실험에 성공한 모습.

렌 교수의 계획은 2명의 신체에서 2개의 머리를 각각 떼어낸 뒤 이식을 할 몸체와 이식받는 머리의 주요 동맥과 혈관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 뒤 특수 고분자 소재의 ‘접착제’로 순환계와 척수의 신경 말단을 붙여 재생할 수 있도록 한 뒤 피부를 꿰맨다.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30~40시간, 수술에 투입되는 인원은 1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전세계 의료 및 생명과학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의 기술로는 척추의 신경을 이어붙이는 것도 불가능하고 실패한다면 곧바로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임스 버냇 미국 다트머스대학 의대 신경학과 교수는 “아직 몸체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은 시기상조이며 최악의 경우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척추 신경은 한번 끊어지면 다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이식된 몸체의 주인이 누구인지, 자식을 낳는다면 누구의 자식인지 등 다양한 윤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아더 카플란 뉴욕대 의료윤리학자는 “중국의 시스템은 모든 면에서 투명하지 않다”며 “중국의 바이오 윤리 정책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 과학자들은 해외 전문가들의 우려가 과장됐다고 항변한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중국의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시샘하고 있다는 것이다.

◆ DNA 합성 ‘2차 인간게놈 프로젝트’...생명 창조 논란 불거져

하버드대는 지난 5월 9일(현지시각) 보스턴에 과학자와 정재계 관계자 150여명을 모아 인간 DNA를 합성하는 ‘제2의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DNA 분야 대가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가 주도하는 인간 유전자 합성 추진 계획은 생명체를 창조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

1차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30억개에 달하는 인간 DNA 염기쌍 순서를 규명하고 지도로 그리는 프로젝트였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된 인간 게놈 지도는 유전 질환 치료 등 생명과학과 의학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하버드대 연구진의 주도로 이뤄지는 2차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것이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아데닌(A)과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4가지의 염기 30억쌍이 연결돼 있다. 이 4개의 염기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만들겠다는 게 이들 과학자의 목표다.

1990년부터 10년 넘게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 로고

과학자들은 “장기에 문제가 발생한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DNA 합성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30억쌍에 달하는 DNA 염기를 어떻게 합성해야 원하는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알기 어렵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드류 엔디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과학 교수는 2차 게놈 프로젝트 논의가 비밀리에 진행된 사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생명을 창조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회의를 몰래 한 것 자체가 뭔가 잘못된 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했다.

2차 게놈 프로젝트를 위해 최종 30억달러의 연구비가 조성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과학자들은 불거질 수 있는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차분히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