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는 서른한 살 여성에게 은행 문턱은 높았다. 전세 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지점 몇 군데를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다. "'스타트업'이란 직업은 은행 잣대론 '무직(無職)'과 다름없습니다. 대출 신청 자체가 안 된다니깐요."

포털 사이트에서 '전세 자금 대출'을 검색하고는 더 좌절했다. 돈 빌려주겠다는 회사를 찾기는커녕 고금리 대출을 권하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 대치동 '구글 캠퍼스'에서 만난 온라인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 '핀다'(Finda·www.finda.co.kr)의 이혜민(33) 대표는 2년 전을 떠올리며 "화장품·여행·음식 등 요즘 가격이나 서비스 정보를 온라인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분야는 거의 없는데 유독 금융만 예외"라며 "금융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 금융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오픈한 '핀다'는 대출·예금·적금 같은 금융 상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일종의 금융 상품 쇼핑몰이다. 영어로 금융을 일컫는 '파이낸스'(finance)와 많다는 뜻의 '다'(多)를 결합해 회사 이름을 지었다.

금융 서비스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 상품을 온라인으로 쉽고 빠르게 찾아주는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 ‘핀다’의 이혜민 대표가 서울 대치동 ‘구글 캠퍼스’에서 ‘금융 정보가 활짝 핀다’는 의미에서, 지폐로 꾸민 꽃다발을 보여주고 있다.

'핀다'는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없이도 1분 안에 최적의 상품을 골라 이용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2일 현재 각 은행 사이트와 금융감독원 상품 공시, 금융 상품 소개 기사 등에서 수집한 1919개 상품 정보가 축적돼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간단한 질문 몇 개에 답하면 30초 내에 소비자에게 적절한 상품도 제안한다. 가령 '투자 기간 12개월, 적금, 목표액 600만원, 연령 25세' 같은 조건을 입력하면 'OK VIP 정기적금 월 19만원+아주저축은행 월 19만7321원=매월 38만7321원씩 12개월 동안 넣으면 601만4880원을 모을 수 있어요'라고 답해준다. '맞춤형 금융 정보'에 목말라하던 젊은이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에 1000명 수준이던 '핀다' 이용자는 한 달여 만에 평균 1만명(회원수 약 3000명)을 넘어섰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STX지주에서 미주 개발 담당으로 5년 가까이 일하다가 스타트업 붐이 시작된 2011년 회사를 그만뒀다. 화장품 샘플 정기 배송, 유아용 유기농 음식 재료 배송 회사를 차렸다가 접고, 2012년 12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건강관리 관련 앱 회사 '눔'의 한국 법인 설립도 맡았다. '핀다'는 그의 네 번째 창업이다. 지금까지 500스타트업, 매쉬업엔젤스 등 벤처투자 회사로부터 약 3억원을 투자받아 직원 7명과 일한다.

핀다의 수익 모델은 소비자가 '핀다'를 통해 금융 상품에 가입할 경우 금융회사로부터 상품 중개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버는 것이다. 아직은 이 수수료를 커피 상품권이나 포인트 등으로 사용자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서비스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핀다'가 한국 금융의 '아마존'(세계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 되기를 꿈꾼다"고 했다.

"금융 업계가 당연하게 여기고 윗세대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많은 금융 서비스가 젊은 세대에겐 너무 불편하고 답답해요. 아는 사람이 파는 보험에 무조건 가입하고, 주거래 은행이니까 대출받는 식의 '묻지 마 금융'을 뛰어넘어야 한국 금융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핀다'를 통해 쉽고 빠르고 속 시원한 금융의 세계를 열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