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은 호텔과 사용자 경험(UX) 프로세스가 같습니다. 숙박을 원하는 사람은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 머문 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떠납니다. 주차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주차장에 들어가 빈 자리에 차를 댄 후 이용한 시간만큼 요금을 내고선 주차장을 떠납니다.”

카카오 제공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김태성 파킹스퀘어 대표(카카오 파킹TF 소속·사진)는 "주차장 정보와 예약 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하게 된 것은 이런 공통점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파킹스퀘어는 올해 2월 카카오에 인수됐다. 카카오의 O2O(Online to Offline) 사업군으로 편입된 것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호텔에 머물고자 할 때는 미리 호텔을 찾아보고 호텔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간다”면서 “그러나 주차장은 사전 정보를 알수 없기 때문에 관련 인프라를 만들어 놓으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파킹스퀘어는 2014년 1월 서울과 경기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 정보 및 예약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인 ‘파크히어(PARK HERE)’를 출시했다. 이 앱을 통해 현재 서울, 경기, 인천 지역 약 600개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중 파크히어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주차(가칭)’ 서비스를 내놓는다.

6월 2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사옥 3층 인터뷰 룸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붉은 계열 체크 셔츠에 짙은 색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김 대표는 카카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한 어조로 자신이 카카오와 함께 그리는 주차장 정보화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왜 국내에서 주차장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나.

“저는 부동산 관련 회사에도 근무했었는데 마지막 직장은 호주 주차장 회사의 한국 지사였다. 사람들은 주차장이 얼마나 있는지, 어디에 주차장이 위치해 있는지, 또 주차 비용은 얼마인지 잘 모른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지하에는 3000대의 주차 공간이 있다. 주말에 코엑스에서 행사가 있거나 하면 주차장이 꽉 찬다. 주차 안내요원들이 ‘여기서부터 대기 시간은 90분입니다’라고 안내를 해주지만 운전자들은 그냥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삼성동 주변을 돌아보면 다른 주차장들이 비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주차장은 비어 있지만 주차안내요원은 상주해 있고 주차장 시스템도 돌아가고 있다. 운전자는 주차장이 꽉 찼을 때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또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도 빈 주차장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생각도 안하고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주차장 유휴면(遊休面)을 발굴해내고 필요한 사람한테 연결해주는 주차장 중개 서비스인 파크히어를 만들게 됐다.”

카카오 제공

―서울만 해도 많은 주차장들이 있을텐데 어떻게 파크히어 서비스를 구축했나.

“빈 주차장을 섭외하기 위해 서울 도심 곳곳을 발로 뛰면서 찾아다녔다. 주차장 사업자 대부분은 땅 주인이 아니어서 비싼 임대료를 내는 영세 임대업자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주차장에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자면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을 찾아가 우리와 서비스 제휴를 맺자고 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왜 (주차장을) 비워두십니까’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본인들이 직접 주차장 관리 업무를 보는 등 고생하면서도 빈 주차장을 활용하거나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들이 빈 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파크히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알렸다. 현재 서울, 경기 지역에서 600여개 주차장과 계약을 맺었다. 부산 지역에도 40여개 주차장에서 시범 서비스 하고 있다.”

―파크히어를 통해 주차장을 이용하면 어떤 혜택이 있나.

“주차장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바일과 웹상에서 파크히어에 접속하면 된다. 미리 주차장을 예약하면 일반 주차 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 강남에 위치한 주차장을 하루 종일 이용할 경우 주차 요금은 최소 6000원에서 최대 2만원 선이다. 저희가 집계해본 결과 지난 한해 동안 운전자들은 파크히어 주차 예약을 통해 평균 73%의 요금을 할인받았다.

파크히어 에약을 지키지 않은 비율은 0.3%에 불과하다. 그만큼 ‘노쇼(No-show·예약 부도)’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실제로 주차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주차장을 검색해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파크히어 서비스는 운전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닐텐데.

“맞다. 주차장 사업자도 빈 주차장을 활용하면서 매출을 늘렸다. 지난해 파크히어를 도입하고 매출이 최고 32배까지 증가한 경우도 있었다. 강남의 한 주차장의 경우 파크히어를 통해 최대 월 1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더 거두기도 했다.”

카카오 제공

―최근 카카오에 회사가 인수됐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수 되기 전 스타트업 입장에서 봤을 때 카카오(035720)는 대기업이었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보면서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카카오에 합류해서 함께 작업하다 보니 여러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스타트업 연합체 같은 느낌이 든다. 카카오라이프플랫폼팀에도 택시팀, 대리팀, 주차TF, 가사도우미TF 등이 있다. 이들 팀에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사업자 등이 각각 있다. 하나의 팀이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는 형태다. 카카오에 인수된 스타트업이지만 개발 분야에서는 각자가 자생하는 분위기여서 자율성도 높다.”

―앞으로 카카오와 함께 어떤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계획인가.

“온라인에서 잘하는 팀과 오프라인에서 잘하는 팀이 나눠져 있다. 카카오는 온라인, 저희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가 된 파킹스퀘어는 오프라인 영역에서 완벽한 서비스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장해 연결시킬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아주고 있다.

아직 카카오주차 서비스와 관련해서 정해진 부분은 없지만 파크히어가 버전이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출시될지, 파크히어 서비스를 종료하고 새로 론칭할지, 아니면 파크히어와 새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할 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현재 카카오에서는 제가 창업했을 당시 그렸던 사업 구상보다 더 단순화하고 또 핵심적인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이야기한다. 파크히어라는 주차 중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부터 찾아가자는 거다. 파크히어를 통해 이용자가 느끼는 것이 주차 가능한 공간을 찾게 된 데서 오는 기쁨인지 아니면 할인 혜택에서 오는 기쁨인지부터 파악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반기에는 지금의 파크히어보다 더 기능이 단순화되면서 본질적인 기능이 강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파크히어 이상의 것을 만들기 위해 카카오와 전략적으로 분리해서 작업을 잘 진행하고 있다.”

―파킹스퀘어의 비전이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파킹스퀘어의 비전은 국내 모든 주차장을 정보화하는 것이다. 글로벌 여행 사이트인 ‘익스피디아’나 호텔 예약 사이트 ‘호텔스닷컴’ 등이 전 세계에 있는 호텔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처럼 파킹스퀘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주차장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만큼은 아니겠지만 해외에서도 주차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주차장 정보화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해 놓으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저도 사회생활은 대기업에서 시작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굉장히 불안정한 회사다. 조직, 관리 체계, 사업 기획 등은 대기업에 비해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회사가 가져야 하는 기본 요소들, 예를 들면 재무, 회계 등도 잘 알고 있어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바로 창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회사를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 제가 직장생활 중에 주차장 중개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처럼 회사생활에서 창업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창업 이후 회사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분명 도움이 된다. 창업을 위한 창업을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