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사용후핵연료, 쓰고 난 원전(原電) 연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34개국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과 원전 가동은 중단했지만 쓰고 난 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이탈리아·카자흐스탄·리투아니아 등 3개국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에서 2014년 말 기준 쓰고 난 원전 연료는 34만t.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 4% 수준인 1만4000t이 발생한 상태다.

프랑스 라아그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이를 관리하는 방식은 3가지가 있다. 원전 내에 저장하거나 재처리(재활용)하거나 직접 처분(깊은 땅속에 묻어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직접 처분은 심지층(深地層) 처분으로도 불린다. 바다에 던져버리거나 빙하에 처분하는 방식도 있지만, 국제 조약으로 금지되어 있고, 우주에 방출하는 방안은 비용과 발사 실패 위험 때문에 연구가 중단됐다.

한국은 현재 원전 안 수조(水槽) 등에 쓴 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다. 재처리는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금지되어 있어 못하고 있다. 핵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이 나오면 저장 수조에서 열과 방사능을 식힌다. 이를 '습식저장'이라 한다. 저장 수조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에 내벽이 스테인리스강인 이중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습식저장 시설에서 5년 정도 보관, 열과 방사능이 충분히 줄어들면 이후 공기로 식히는 건식 저장시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1992년부터 월성 원전에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이 운영 중이다.

전 세계 31개국이 원전 내 습식저장 시설을 운영 중이고, 17개국은 건식 저장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재처리와 처분을 함께 하는 나라는 프랑스· 영국·일본 등으로 프랑스는 연간 2000t, 영국은 2400t 규모 재처리 시설을 운영 중이고, 일본도 연 800t 규모 재처리시설을 준비 중이다.

직접 처분은 핀란드·스웨덴·독일·캐나다·스페인·미국·루마니아 등 7개국에서 추진 중이다. 한국도 이번 계획 발표로 이 대열에 합류를 앞두고 있다. 핀란드는 2020년 이후, 프랑스는 2025년, 스웨덴은 2030년대 초, 독일은 2040년, 미국은 2048년 등으로 고준위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분장) 시설이 문을 열 예정이며, 한국은 2053년으로 일단 예정해놓았다.

핀란드 올킬루오토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전경. 지하 60~90m 지점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은 전용 선박을 이용해 바다로 운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육로로 가면 운반용기가 무게 100t이 넘기 때문에 전용 도로가 필요하다. 그동안 재처리를 위해 일본에서 프랑스로 사용후핵연료를 이동하는 수백 차례 해상 운반이 이뤄진 바 있다. 이 배는 여러 겹 금속으로 만들어 국제 기준을 통과한 특수 선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해사기구 등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중으로 된 선체, 방사능 차폐, 화물 배치, 사고 시 복원성, 방화구조와 소방시설 등 성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원전 보유국들이 만들어놓은 건 경주처럼 중·저준위 방폐장이다. 개별 국가 자연환경에 따라 '동굴처분'과 '천층(淺層)처분'으로 나눠 이를 처리해 왔다.

동굴처분은 지하 암반에 동굴을 만들어 폐기물을 저장하는 것으로 1988년 문을 연 스웨덴 포스마크 방폐장(SFR)과 1992년 운영을 시작한 핀란드 올킬루오토(Olkiluoto) 방폐장이 대표적이다. 포스마크는 해저 50m 암반에 터널을 뚫은 해저동굴 형태이며, 올킬루오토는 지하 60~90m에 처분장을 만들었다.

천층처분은 땅을 얕게 판 뒤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폐기물을 저장하는 방식.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58기 원전을 보유한 나라답게 1969년부터 운영하던 라망시 방폐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1994년 이를 폐쇄하고, 1992년부터 로브 방폐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분에 관한 연구개발과 처분장 건설은 운영을 담당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관(ANDRA)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 원자력환경공단은 이 프랑스 ANDRA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 방폐장 주변 지원책은 없는 대신 이 AND RA가 매년 일정액을 지역 사업에 투자한다.

영국 셀라필드 원자력단지에서 10㎞ 떨어진 드릭 마을에는 드릭 처분장이 1959년부터 운영 중이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포기를 선언하면서 기존 원전 방폐물 처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소금광산을 방폐장으로 바꾼 작센 주 아세 방폐장 차수벽에 2011년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돼 보관 중이던 폐기물 12만6000드럼을 옮겨야 했다. 비용만 5조원 이상 들 전망이다. 현재 아세와 몰스레벤, 콘라트 등 중·저준위 방페장 3곳이 있다.

일본은 방사능 세기에 따라 방폐물을 별도로 관리한다. 저준위 방폐물은 1992년부터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서 처분 중이며 중준위 방폐물은 같은 부지에 있는 지하 50~100m 동굴에 처분할 계획이다.

핀란드는 올킬루오토 원전 단지 안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수면보다 낮은 곳까지 깊게 파고들어가 중·저준위 방폐물 저장 시설로는 세계 최초로 건설됐다.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방폐장 부지다. 이후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해 101곳 잠재 지역을 골라 예비 부지로 5곳을 선정해 조사한 다음, 다시 4곳으로 좁혀 상세 부지를 재조사하고, 최종 2개 후보지를 선정, 올킬루오토를 처분부지로 선정했다.

캐나다는 길이 228㎞ 거대 호수인 휴런호 옆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동굴처분과 천층처분 2가지 방식을 모두 채택했다. 1단계 시설은 동굴처분 방식이지만, 2019년 완공 예정인 2단계 시설은 천층처분장이다. 비교적 준위가 높은 폐기물은 지하 동굴처분장에, 준위가 낮은 폐기물은 지상 천층처분장에 분산 저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