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펜을 아기가 물어뜯으면 어떻게 하나요?" "전자판에 물이 묻으면 어쩌죠?"

지난 1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풀만호텔 3층홀. 말레이시아 현지 유통업체의 여성 상품 담당자 2명이 '러닝펜(Learning Pen)' 제품을 소개하는 장병택 ㈜에스티 대표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이 제품은 전자펜, 아이패드 등을 이용해 유아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 도구다. 장 대표는 "회사 설립 2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현지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워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가 참석한 행사는 GS홈쇼핑대중소기업협력재단, 코트라와 함께 마련한 '아시아 시장개척단 수출상담회'이다. GS홈쇼핑이 이러한 행사를 주관한 이유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그들의 상품을 인도·말레이시아·태국·중국 등 아시아 8개국에 진출한 자사 법인을 통해 유통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1일 GS홈쇼핑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주최한‘아시아 시장개척단 수출상담회’에서 한국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현지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GS홈쇼핑이 단순 홈쇼핑 사업자를 넘어 한국 제품을 해외에 알리고 수출하는 종합 상사로 변신하고 있다.

◇상담 후 바로 계약 체결도

이날 행사도 이러한 전략을 잘 보여준 자리였다. 한국 20개 중소기업 대표와 직원들은 GS홈쇼핑의 아시아 합작법인 5개사와 말레이시아 최대 백화점 '팍슨', 유통 체인 '왓슨', 화장품 유통업체 'GK & Yap' 등 현지 35개 유통업체 상품 담당자에게 자사 제품을 열띠게 설명했다. 현지 담당자들은 상품의 특징과 사용법, 상품 공수 방법 등을 문의하며 관심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현지 백화점인 '메트로자야'의 화장품 담당 노를리 카말씨는 "한국의 화장품을 꼭 백화점에 입점시키고 싶다"며 "기능이 훌륭한 화장품 제조업체를 만나 바로 상품 납품과 운송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총 224건, 1605만달러(190억3500만원) 규모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 중 482만달러(57억1600만원)의 제품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구마말랭이 등 건조식품을 생산하는 정심푸드는 동남아시아에 식음료를 유통하는 현지 업체와 1만 세트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진경학 정심푸드 대표는 "1000만원 수준의 1차 주문이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물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며 "우리 제품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GS홈쇼핑은 중소기업들에 국가별 유통 노하우도 전수했다. '국민소득이 낮은 인도에서는 단가가 3만원 이상인 물건은 잘 팔리지 않는다' '무슬림과 중국계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상품을 인종마다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등 인구와 문화, 구매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했다. 상담회에 참여한 국내 시계 제조기업 로렌스의 옥주석 대표는 "GS홈쇼핑이 해외에서 실제로 겪은 시행착오가 특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품에 안고 종합 수출상사로 변신하는 GS홈쇼핑

복덕규 코트라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차장은 "뛰어난 한국 상품의 품질과 한류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확한 시장분석만 잘한다면 한국 중소기업들도 현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GS홈쇼핑은 작년 아시아 8개 법인을 통해 총 1조404억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는데 이 중 30%인 3000억원 정도가 한국 제품 매출이다. 이 중 90%는 중소기업 제품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이들의 제품을 수출하는 종합상사로 변신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 전략"이라고 말했다.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은 매월 열리는 글로벌전략회의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비행기 한번 타지 않고 수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작은 기업은 해외에 진출할 때 제품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통관, 인허가, 환율 대응, 물류 선적 등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먼저 해본 대기업이 이런 부분을 지원해주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