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첫 대책 발표후 11년 넘도록 비슷한 정책 반복
중국발 미세먼제 방지-협력책은 수년 간 '정체'

정부가 3일 범부처합동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 2005년 이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1년 넘게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 유럽 주요도시의 현재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이날의 발표내용은 11년 전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정부는 경유차에 대한 문제점을 11년 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MB)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따라 클린디젤을 허용해주기도 했고, 특히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중국발 미세먼지 원인규명 및 방지책은 사실상 수년째 정체된 상황이다. 오락가락 정책기조, 재탕 삼탕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미세먼지 저감대책 11년째 ‘헛발질’

3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005년 1월 26일 처음으로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발표한 후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 분석 결과(2006.10.19) ▲초미세먼지(PM 2.5)에 대한 대기환경기준 신설(2011.4.6) ▲초미세먼지 국내 농도 첫 측정 (2012.8.28) ▲미세먼지 종합대책(2013.12.11) ▲국민보건 중점 둔 미세먼지 종합대책(2014.4.15) 등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줄줄이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1월 발표된 첫 대책의 내용은 이날 발표된 특별대책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골자는 2014년까지 수도권지역의 배출량을 반으로 줄인다는 것으로, 친환경 차량, 미세먼지 저감장치 장착 등 저공해차량의 보급을 확대하고, 노후화 된 경유차는 조기에 폐차 한다고 밝혔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자동차 등 이동오염원에 이어 공장 등 사업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한다고 했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환경부의 첫 미세먼지 대책 자료에 경유차가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량의 67%를 차지한다고 명시돼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환경부 장관이었던 곽결호 한양대 석좌교수는 2004년 12월24일 라디오방송에서 “대기질이 나빠지는 요인은 연료를 태우는 산업부문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 두 번째는 교통수송부분 자동차에서 뿜어 나오는 오염물질, 그리고 건설공사 현장 등 도로면의 미세먼지”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인식과 친환경자동차 보급확대, 노후 경유차 폐지 등 같은 대책이 11년 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첫 대책에는 '향후 10년 내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개선하겠다'는 정책목표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날 황교안 부총리가 발표한 목표도 이와 똑같았다. 향후 10년 내에 유럽 주요도시의 현재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개선한다는 것. 서울의 2015년 기준 23㎍/㎥에서 2026년 18㎍/㎥로 낮춘다는 목표다. 11년이 지났지만 격차는 그대로인 셈이다.

실제 지난 2012~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주요 선진국의 도시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매우 높다. 서울의 미세먼지(PM 10, 황사포함) 농도는 미국 LA보다 1.5배 높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보다 각각 2.1배, 2.3배 높다.

자료: 환경부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우리나라는 주변국 영향과 여름철 강우집중 등 미세먼지에 불리한 여건에 있어, 단기간 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국발 원인규명과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한-중 공동미세먼지 실증사업 확대’ 방안의 경우 현재 중국 베이징 등 35개 도시와 서울 등 수도권 3개 도시를 내년부터 중국 74개 도시와 서울 등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이미 지난 2014년 상반기내 환경부가 완료하겠다던 내용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진행이 정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이번 발표안에는 목표 시점조차 정해놓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4년 3월11일 제11회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예보정확도 향상 ▲미세먼지국민행동요령 홍보 강화 ▲친환경자동차 보급강화 등과 함께 지시한 사안이지만, 여전히 답은 없는 셈이다.

◆ 정권따라 오락가락 MB 정부 ‘저탄소 녹색성장’서 소외된 미세먼지

이 같은 정책 헛발질은 부실한 계획 탓도 있지만 환경 정책의 방향이 오락가락했다는 점도 원인이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의 ‘클린디젤’ 도입이 꼽힌다. 정부는 지난 2009년 5월 ‘클린디젤’을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천연가스자동차 등과 같은 ‘환경친화적 자동차(그린카)’에 포함시켰다. 유로5 이상 배출기준이 적용된 신차에는 연간 10만~50만원에 이르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줬다. 3년 후 경유차 비중은 7%포인트 가량 오르는 등 경유차 도입이 확대됐다.

이는 당시 미세먼지의 논의보다 저탄소 지구온난화 방지가 환경 정책의 중심 기조였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사실 앞선 정부에선 온실가스 감축 등이 중요하게 생각됐을 뿐 미세먼지는 주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정부가 경유 승용차를 인증해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녹색성장 기조가 미세먼지를 늘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아울러 이날 발표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및 친환경연료 대체 등 발전 조정 방안과 관련한 이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 미세먼지 유발 요인 중 석탄화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3%대로 매우 미미하다”며 “사실 환경부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 2004~2008년 5년간 환경부 장관의 평균 임기가 1년도 안됐었다. 책임감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려웠던 상황이다. 인물별로는 9대 곽결호(2004.02.18~2005.06.28), 10대 이재용(2005.06.28~2006.03.21), 11대 이치범(2006.04.07~2007.09.04), 12대 이규용(2007.09.21~2008.02.29) 등의 평균 임기가 1년도 되지 않았다.

사진 : 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