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배당 적자 47.2억달러…작년보다 33.3억달러나 늘어

올해 1~4월 배당금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역효과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가계소득으로 흘러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로 '최경환 부총리 때' 도입했다. 자기자본 500억원을 초과(중소기업 제외)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해당 사업연도의 소득 가운데 일정액 이상을 투자·임금·배당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기준 미달액의 10%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하지만 기업소득환류세는 기업의 내부 자금이 가계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상당수 기업들이 일자리와 직결되는 투자나 임금 확대보다 배당 확대를 선택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올해 1~4월 배당 적자 47.2억…사상 최고치 기록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월 국제수지 잠정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배당소득은 45억1000만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34억8000만달러보다 10억3000만달러나 늘어난 수치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배당소득 적자는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82억2000만달러, 우리가 해외 기업에서 배당받은 금액은 35억달러로 47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억9000만달러 보다 33억3000만달러나 늘어난 수치다. 2014년 35억9000만달러와도 10억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우리 기업들이 지급한 배당금도 1~4월 기준 2014년 76억2000만달러, 2015년 72억6000만달러에서 2016년 82억2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반면 우리가 해외에서 받은 배당금은 2014년 40억3000만달러, 2015년 58억7000만달러, 2016년 35억달러였다.

한은 관계자는 "배당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물론 기업 배당이라는 게 정부에서 무조건 하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익이 나야 그만큼 배당을 하는 것이지만,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배당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우리가 외국에서 받는 배당금은 연말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외국 기업들이 연말에 몰아서 지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배당액 사상 최고…기업소득환류세제 역효과?

당초 정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 증가와 임금 인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기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도입된 지난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득 성적표를 보면 제도의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가구당 437만원으로 1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가계소득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 증가율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의 소득 증가율도 1.6%에 그쳤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제 임금 인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투자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상위 30대 그룹의 투자 실적은 116조6000억원으로 전년(116조5000억원)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신 기업의 배당은 크게 증가했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액이 22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금을 피하려는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보다 배당에 집중한 결과다.

◆ 전문가 "환류세제 때문에 기업 배당↑·투자↓"…정치권 법 개정 준비

전문가들은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들이 배당을 늘려 배당 적자가 증가하는데 일조했다는 의견을 냈다. 반대로 기업들이 배당이 늘린 건 그만큼 여유가 있기 때문이고, 또 배당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당연히 배당 적자가 늘어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외국인 지분이 많은 대기업에 적용되는데, 배당 적자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대기업들이 배당을 늘렸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권 원장은 "이렇게 대기업들에 이중과세를 하면 어떻게 설비투자하고 연구개발을 하겠냐"며 "(이 제도가 유지되면) 대기업들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배당 적자가 늘어난 것은 기업소득환류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눈 여겨봐야 할 점은 우리가 해외에서 받아오는 배당금과 지급하는 배당금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대기업들이 환율 등의 요인으로 그만큼 이윤을 냈고 또 그만큼의 여유가 있어서 배당을 많이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작년보다 배당 적자 폭이 늘어난 만큼 제도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배당을 늘린 게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당금이 갔지만, 그 사람들한테 돈만 받고 돈을 주지 않는 거래는 현재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능하지 않다. 오고가는 것이 있어야 장기적 관계가 유지된다. 단기적 시각으로 볼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배당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에 추가적인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배당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해외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배당 받은 금액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면서 "충분한 투자를 통해 배당을 효율적으로 받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임금 증가분에 가중치를 두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투자하거나 배당할 때보다 추가 고용하거나 근로자 임금을 인상해 임금에 더 많은 비용을 쓰면 세제혜택을 더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하도급 단가를 올려주는 경우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또 기업의 토지 구매는 투자로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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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개정논의 탄력받는 기업소득환류세제<2016.5.17>

☞ 용어설명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인상분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다.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중소기업 제외)이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한해 2015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