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왜 아직 합병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예스퍼 프레스텐가르드(Jesper Præstensgaard·사진) 유니피더 이사회 의장은 30일 서울에서 본지와 만나 "해운업은 고정 비용은 크지만 품질 차별화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실어 나르는 것이 여러 번 나눠서 선박을 운항하는 것보다 기름값과 같은 운영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덴마크)의 아시아 지역 대표를 지낸 프레스텐가르드씨는 유럽 최대 지선(支線·지역 내 운항) 해운업체인 유니피더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프레스텐가르드 의장은 "전 세계 해운업은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해운 요금은 낮아졌다"며 "이 상황에서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머스크가 다른 해운사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것은 머스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단지 큰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스텐가르드 의장은 인터뷰 내내 '큰 국적 해운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큰 국적 해운사만이 선사들이 공동으로 물류망을 구축하는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실익을 거둘 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는 "(최근 해운동맹에서 제외된) 현대상선도 구조조정만 마치고 나면 충분히 재가입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해운동맹의 운영 방향을 이끌어가는 '큰 해운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스텐가르드 의장은 전 세계 해운업이 상당 기간 저성장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장 규모가 매년 두 자릿수의 비율로 성장하던 시대는 끝났으며 저성장이 일상화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시대가 왔다"며 "올해도 3~4% 남짓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성장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중국 제조기업들이 동남아 등 중국 외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실어날라야 한다. 이어 미국 민간 경기가 활성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러시아 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그는 "현실적으로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해운 업황이 좋아지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